참말로 할 말이 많은 작가다.
입심을 따라가다보니 얼떨결에 모내기하는 무논에서 후줄근한 당구장이며 눈녹은 시골집 마당에서 벌어지는 윷판까지 오들오들 떨면서 헐레벌떡 쫓아다니고 있던 것이었다.
인상으로 보면 남에게 큰소리 한 번 못 칠 것 같은 이가, 어쩌면 그리 능청스럽게 몰아가는지 감탄이 절로 난다.
그런데 그 휘몰이 덕분에 읽기가 사실 나는 좀 숨이 찼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일일이 따라가며 젖어들기 전에 이야깃꾼은 해주고 싶은 말도 많고 다 못한 말도 아직 목구멍까지 차 있는 듯 보였다.
농부도 못살겠다고 고개를 떨구는 농촌, 누가 요즘 재미도 없고 별날 것도 없는 농촌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마음이 짠하도록 고맙다.
그래서 그의 벅찬 의욕이, 그 말투가 밉지가 않다.
읽다 말고 몇 구절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아니 꼭꼭 씹어본다.
나도 잃어버린 우리 말...
눈이 많이 왔다는데 살아보겠다고,그래도 꿋꿋하고 씩씩하게 모판을 나르던 서해와 대춘이는 이 겨울하늘을 어떻게 올려다보고 있으까나...
제목: 모내기 블루스
지은이 : 김종광
펴낸 곳: 창작과 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