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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木浦라는 말

by 소금눈물 2011. 11. 24.

 

07/16/2005 02:29 pm공개조회수 1 28




木浦라는 말
木浦라는 말

그 나무나루라는 말과 순정이라는 말과
그 나무나루라는 말과 눈물이라는 말과
그 나무나루라는 말과 어스름이라는 말과

木浦라는 말
나무나루라는 그 이름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런 그립고, 서럽고, 누추한 것들의 이름과
그것들을 지칭하는 呼名들을 살짝 한번 바꾸어
불러 보고 싶어지는

그 나무나루라는 단어 곁에 가을날이라고
그 나무나루라는 단어 곁에 조막손이라고
그 나무나루라는 단어 곁에 민들레라고

木浦라는 말
왠지 그렇게 나무나루라는 모국어의 글썽임 곁에
그것들의 내면, 그것들의 깊은 혼백의 옹이까지
살며시 불러내어 함께 놓아두고
바라보고 싶어지는

木浦라는 말
木浦라는 말
木浦는 나무나루라는 그런 말.

- 정윤천 < 작가> 2004년 겨울호 중.


목포는 딱 한번 가 보았다.
벌써 한참 전, 보길도로 가던 길이었다.
아니, 보길도에서 돌아오던 길이었나보다.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하고 손차양을 하며 바라보는 바다.
지글거리는 도심의 지열로, 긴 여행의 피로가 더 버겁던,
오래된 이름의 그 이상한 쓸쓸함과 남루함이 절반쯤 겹친 그런 도시였다.
유달산, 삼학도, 또 음식이 유별나게 좋다는- 글쓰는 내 아는 이 누구는 목포의 어느 밥집에 가서 몇십가지 반찬을 다 먹고 나오지도 못했노라고 자랑을 하던
그런 도시였다.

그 도시에 저렇게 이쁜 속살의 이름이 있었다.
그랬구나. 木浦..
단단하고 날선 모서리를 파도가 둥그렇게 만들어놓은 포구 나무목책의 그 물비린내 묻은 냄새가 그렇게 있었구나.

나무 나루에 비치는 저녁놀
나무 나루에서 노는 조막손
나무나루 풀숲에 핀 민들레....

겹도록 이쁘고 눈물나는 풍경이 아닌가.

그저 이 땅 남쪽 끝, 오래된 항구도시의 그 짠맛나는 이름의 뒤에
이렇게 정겹고 고운 이름들을 불러놓고 딱딱한 "목포"를 정겨운 "나무나루"로 바꾸어 놓고 보니 이렇게 아름답다.

목포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자기들의 이름이 이렇게나 곱고 애틋한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색동옷을 입고 다시 피어나는 지를...


돌모루, 수작골, 맞바위...
고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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