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턴지 소설이나 시집을 사게 되면 내용보다 작가가 쓴 여는 말이나 평론가들의 비평을 더 꼼꼼하게 본다.
미리 마음먹고 샀던 책은 아예 그것들을 더 먼저 읽기도 한다.
아주 나쁜 책읽기 버릇이다.
작품을 온전히 내 눈으로 먼저 보고 나서 읽어야 내 감상으로 살아날 것을, 아무래도 비평대로 따라 읽고 그 창으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버릇은 어쩔 수가 없다.
단, 읽고 좋아하되 내가 마침내 가져야 할 것은 한 가지라도 꼭 챙기기를 다짐할 밖에.
예전에는 김현이나 김화영 같은 이들의 비평집을 좋아했다.
어쩜 그리 기가 막히게 박학다식에 유려한 문장, 읽다가 저절로 노트를 찾게 하는 지 정말 문학의 가장 조용하고 치열한 숲길 중 하나가 비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십대 초반의 독서노트에 보면 소설이나 시집에서 적어놓은 글 귀보다, 비평가들의 잠언 같은 글귀들이 빼곡하다.
근래에는 김미현이나 신수정 박혜경씨들의 평론들이 좋다.
(아 김미현.. 언젠가 이 서고에서도 쓴 적 있다. 세상에;; 김미현씨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를 해서 고작 한다는 말이 "저 선생님 글 무지하게 좋아해요;;;" 요거였다는;; 그야말로 아이돌 스타를 짝사랑하다가 펜레터를 쓰면서 떨고 있는 십대소녀의 모습 바로 그대로였다. ㅡ.ㅡ)
본격평론이라는 것이 받을 준비가 덜 된 이들에게는 부담스럽고 선뜻 가까이 하기가 버겁지만 일단 마음에 드는 소설이나 시를 읽고 그 글들을 더 깊게 보려는 욕심 하나만 가지면 평론읽기는 그다지 멀지 않을 것이다.
아, 그렇군. 이런 장치가 있던 거구나. 음..이걸 못 보았군. 앗 그랬단 말이야?
숨은 그림찾기 놀이처럼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내가 못 본, 혹은 보고도 딱히 무엇이라고 표현을 못했던 것들을 확인하는 즐거움 같은 것 말이다.
현학에 질리지 않고 무지를 두려워 하지 않으면 비평읽기는 즐겁다.
(근데 뭔 놈의 독서일기가 이 따위냐.;; 이 책을 읽고 난 감상이 뭐냔 말이다 소금눈물~!!)
제목 : 상처와 응시
지은이 : 박혜경
펴낸 곳 :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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