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세상의 한때는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더냐
꽃 지는 저녁도 해 기울면 그 뿐
어리석고 서럽던 한살이도
눈감으면 머언 세상
달뜬 숨소리로 건너온 우리들 생도
부질없는 꽃노래였지
지고나면 다만 한숨뿐일 이야기
그러나 옥아...
달빛에 기대어 너의 편지를 읽다말고 접는다
너를 놓고...너와의 인연도 놓고
이제 나는 가노라 했다
떨리는 가슴팍에 새긴 너의 얼굴도
이제는 잊으리라 했다
시린 달빛이 그예 너의 손자국을 끌어와
읽다말고 나는 가슴에 품었다
잊으리라는 맹세보다 서러운 네 울음이 먼저 다가와
나는 네 떨리는 눈길만 자꾸자꾸 떠올릴 뿐이었다
누군가는 검에 떨어지던 달빛으로 나를 떠올릴 것이며
누군가는 어리석은 이름으로 나를 생각할 것이며
못나고 급했던 한생애로 또는 기억하겠지
떠나고 없는 이에게 그런 부름이 무슨 뜻이겠는가마는
너만은 나를....잊고...잊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살아주기를 .....다만 바랄 뿐이다.
내 너에게 다만 이르기를
부질없는 인연을 생각하여
눈물의 밤이 없기를 염려할 뿐이니
신산하고 지친 너의 한때에
아무 꽃도 나무도 아니었던 나로 하여
눈물이 없기를...서러움이 없기를
오직 두려워함이니
사랑으로도 차마 떨리어 부르지 못한 너의 이름을
다시 떠올린다.
끝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은
우리가 눈길로 마음길로 이미 지나왔다고 생각느니
사람의 말로 전하는 한마디가 무슨 소용이겠느냐
의금부 담장을 돌아가는 순라꾼의 발소리도 멀어져
시퍼런 달빛이 쓸어가는 옥사의 밤
나는 그 달빛에 너의 이름을 씻어 다시 부른다
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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