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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09년 10월 봉화산에서.

by 소금눈물 2011. 11. 15.

10/29/2009 10:57 pm공개조회수 0 0





누군가 당신의 마지막 말씀을 두고, 한 자도 더하고 뺄 수 없는 불가의 법어요, 무서운 시어라 하더군요.
이미 당신의 삶이 시였고 날카로운 죽비소리였음을 이제 압니다.

슬퍼하지 마라, 원망하지 마라...

내내 새겨보고 되뇌어보지만다 들어도 그 말씀만은 아직도 받지 못하겠습니다.
막막한 이 산 아래 마주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면당신의 말씀은 당신의 걸음 처럼 거기 먼 데 하늘에 계신데
미련하고 한심한 저는 아직도 울고 아파하고 미워하고 저주하고 있습니다.
참말로 당신은 그리 말라 하실 것이나, 못난 죄인의 마음으로는 누구든 당신의 복수를 대신하여 준다면 그가 무엇을 요구하든 그리 하겠다고 속삭이고 있습니다.

깨어있어 함께 하는 시민의 힘으로 살아달라하셨지요.
살아있는 내내,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숨을 들이키고 내쉴 때마다 그리 하겠습니다.
가난하고 부족하여지식도 드릴 수 없고 재산으로 밀어줄 수도 없지만, 이 가난하고 외로운 마음이 모여 씌어지길원하신다면, 이 힘이 모여 강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리 살겠습니다
.







지난 여름에 왔을 때는 이 바위 끝까지 다가가 당신의 마지막 숨결을 더듬어보았는데 이제는 출입이 통제되었더군요.
울분에 바위 끝까지 따라가는 이들이 보여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싶습니다.

오래오래 살아서 보겠습니다.
당신이 보려고 했던 그 세상, 당신이 만드시려 했던 그 사람사는 세상이 오는 것을 기필코 보고 말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던 님은 힘이 없어 그리 보냈습니다.
천지에 피눈물을 뿌리며,우리들의 희망과 자랑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켜보렵니다.

누군가도 떠나는 날 있겠지요.
그때까지 기필코 살아남아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렵니다.
흙바닥에 구르고 먼지로 밥을 지어 먹는다 해도 기필코 살아남아 그 숨 넘어가는 날을보고 말겠습니다.
목구멍을 뚫고 올라오는 말들은 바위로 누르며 지금은 이렇게 내가 살아야 할 이유만 생각하렵니다.







눈물이 발을 묶어 이 마당에 서기가 참으로 힘겹습니다.
이 작은 마당앞에 섰던 그 눈물들, 그 통곡과 한이 고스란히 가슴을 치받쳐올라와 숨을 쉬기가 어렵습니다.







두 분이 여기에 계시면 어떡합니까.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부르고 찾는데, 이 땅에서 하실 일이 얼마나 많은데 뿌리고 가신 그 꽃씨들이 튼튼히 자리를 잡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걸 보시지도 않고 어찌 여기 나란히 계시답니까.


"참말로 뭔 복이었을까나. 한 분은 우리 민주주의의 아버지였고 또 한 분은... 우리 대통령이시네. 참말로 우리 대통령이셨네."

엎드려 일어나지 못하고 뚝뚝 눈물을 흘리는데 아랫녘에서 오신 할머니 한분이 노랫가락처럼, 넋두리처럼 그러십니다.

"한 분만 예 계시지 어째 두 분이 다 여기에 있나. 아이고 우리 대통령님. 참 감사합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우리한테는 그저 우리 대통령 뿐이었다니께요"


하나님.
당신은 이미 풍성하시고 부요하시니 이처럼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나누어주시지 그러셨어요.
우리는 이 분들이 없어 너무나 가난하고 추운데, 조금 더 주시지 그러셨어요...

더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처럼 어여쁘고 고운 사람들이, 그 추악하고 천박한 인간들에게 모욕받고 찢기는 것을 그 분도 더는 보고 싶지 않으셨을 것이다.

제 선배가 하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울음소리에 그 말은 자꾸 끊어지며 전화선을 건너왔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
내 가슴이 찢기고 불이 나서 더는 못 보겠더라. 나라도 못 견디겠더라.
이제는 더 상처받지 않고 다치지 않겠으니, 더는 괴롭지 않으실테니 잘 되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목사님이신 선배언니의 남편은 그러나 그 뒤로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을 통곡을 했다지요.
세상이 싫고 무서워서 더는 살기 싫다고, 그만 하늘과 땅이 딱 붙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울었다지요.

그런 분이셨어요...
하나님, 우리에게 이 분은 그런 분이셨어요.
그분을 거두어가서 당신의 나라는 조금 더 평화롭고 아름다워졌을 것이나 우리는 내내 겨울입니다. 이 모진 눈보라를 언제까지 견디어야 할지 캄캄하기만 합니다.







당신의 마지막 뒷모습을 생각합니다.
지키는 이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실 때, 그이는 지상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요.
조금 더 걸어가다 허리를 숙여 길섶에 난 잡초를 거두는 모습에서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서는 그 마음에서, 어찌 저런 모습이 나올까.
도대체 사람의 마음이 어디까지 닿아야, 죽음의 문턱에서까지 자신의 터전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그 마음이 생기는 걸까.
차라리 등줄기가 서늘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내려진 모든 말들을 소지올리고 떠나는 선지자의 뒷모습이었습니다.


당신이 마지막 바라보던 눈에는 저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겠지요.
못내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했던 그 작은 평화와 소망이 물러나는 새벽빛에 어깨를움츠리고잠들어 있었겠지요.

보세요...
이제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당신을 알지 못하던 이들과 당신을 알고 사랑하던 이들이 모두 찾아와요.
먼 길 마다 않고그 짧은 몇 분의 눈맞춤을 하고 싶어서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허리가 굽은 노모를 부축하며 그렇게 찾아와요.







당신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실패하지 않았으니 당신을 믿던 사람들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날 여기에 떨어져 부서진 것은 추악한 무리들의 오만과 거짓, 두려움과 불안이었습니다.
몇 개의 촛불조차 두려워 군화발로 짓밟는 가엾은 저들의 불안, 그리하지 못하면 지켜지지 못하리라는 얇팍한 힘의 실체였습니다.






그러니 여기에 묻는 우리의 눈물은 우리를 버리고 가신 당신에 대한 원망이 아닙니다.
지켜주지 못한 자책과 후회도 더는 아닙니다.
땅에 떨어진 우리의 눈물은 당신이 뿌린 씨앗을 더 튼튼히, 옹골차게 지킬 울타리가 되고 기둥이 될 것입니다.
온 세상에 바람이 불 때마다 그 바람결에 날려 전해질 당신의 꿈이고 우리의 자랑이 될 그 민들레입니다.






당신의 날들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정말 고마운 생이었습니다.
당신의 고난 속에서 우리가 평안했고, 당신의 눈물 속에서 우리가 편히 쉬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 짐을 대신 지는 것입니다.
무지개 그늘 너머에서 웃어주십시오.
우리가 그리우면, 한 줄기 바람으로 불어와 우리 이맛전을 흔들어주십시오.
그때 우리도 소스라쳐 깨어 당신을 바라보며 웃어드리겠습니다.

사랑으로, 믿음으로, 그렇게 하나인 꿈들로 만나 한 길로 이으며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기억되는 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당신의 이름을 우리 대대로 내려 전하며 불멸을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이 땅의 기억을 갖고 있는 한,
우리의 문자 속에서 우리의 혼을 전하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