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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립니다

by 소금눈물 2011. 11. 13.

 

12/04/2003 04:06 pm공개조회수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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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내내 비바람이 불어칩니다.
사정없이 영창을 흔드는 바람소리에 깨어 일어나 촛불을 올립니다.
시간은 시나브로 가을 속으로 깊어지고, 가지를 떠난 잎새들은 지상으로 흩어집니다.
떠나가는 목숨들이 참으로 서럽습니다.

도련님.....차마 아픈 그대...
한 가지의 인연으로 묶이지 못함을 알았기에,
그대 곁에 머무름이 욕심임을 알았기에
얼음칼로 잘라낸 마음이었습니다.
차마 드리지 못할 마음임을 알기에.....
맨발로 칼날 위를 걷듯 아픈 마음을 베어냈습니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눈을 감아도 차마 감지 못할 날들이 기다립니다.

어디쯤...이 빗속을 혼자 가시나요
이 미천한 년을 위해 캄캄한 그 어둠속 무슨 빛에 의지해 걸어가시나요.

하늘이 주신 어느 이름으로도 부르지 못할 사람.
어떤 무슨 형벌로도 차마 갚지 못할 이 고통...
누구에게도 차마 보이지 못하고.....누구에게도 차마...보이지 못하고
혼자서 눈물로 짓는 그 이름...도련님...
내 마음...차마..아픈 내 사랑...

토포가 시작되면....아마도...제 칼이 먼저 그를 부르겠지요.
도련님께서 이년을 위해 내리셨던 그 칼, 이년이 다시 들겠지요.

그러나 님은 아니계시고
돌아오지 못하시고
이 모든 피를 다 불러도 부르지 못할 그대의 순결한 마음
그대의.....그 마음.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니
눈을 감아도 감지 못할 것이니..

비가 내립니다...영창을 적시는 저 빗소리
찢어질대로 찢어져 날마다 북풍이 짖쳐드는 이 죄인의 가슴으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저 빗소리


그대....아득히 먼 그대.
내 눈물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