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풍경- 이마동
소금눈물
2011. 11. 3. 16:50
지지난 여름 한은 갤러리에서 본 그림이다.
청전의 야산 귀로 한 점을 위해 먼 발걸음을 하였다가 뜻하지 않은 보물을 덤으로 만났다.
(나머지가 허접하다는 게 물론 아닌 말이고, 그림눈이 짧은 이에게 예상못한 복이었다는 소리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윗형제들도 놀아주지 않고, 또래들도 없는 쓸쓸한 한낮.
언니오빠들의 책을 뒤적이던 놀던 여름날.
드나드는 바람이 뒷문을 흔들며 저 혼자 놀다 가라앉고.
이 그림을 보면 그 책을 읽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아니 그 책속의 풍경이.
이 그림 속의 황토빛, 이 토속적인 골목의 색깔은 이미 나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는 뱀딸기의 그 어린소년이 뛰어가던 골목이 있고 어머니에게 꽃을 갖다주는 옥이의 뜀박질도 남아 있다.
문학이든, 그림이든, 영화든
낳은 자는 분명히 작가이겠으나 그 소유권은 그만의 것은 아니다.
기르고 안는 자는 종국에는 그 작품을 알아보고 사랑해 버린 이의 것이다.
이마동의 다른 풍경작보다 내가 더 유난히 아끼고 볼 때마다 애틋하게 그리운 이유가 그것이다.
이마동의 그림이 관념적이다, 전형적인 토속미다 그런 말들을 하기도 하지만 관념적이고 토속적이라는 말은 그만큼 익숙한 서정이라는 뜻도 될 게다.
이 그림은 내게는 그의 수많은 풍경들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여름날, 책장을 넘기다 잠이 들 때 내 부드러운 머리칼을 넘어가던 바람결에 대한 그리운 호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