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게그하드 수도원
언덕 위, 바위 틈에 성신(聖信)을 새긴 게그하드 수도원입니다.
올려다보는 바위 언덕 곳곳에 굴을 파고 십자가를 세운 곳은 스스로 봉쇄하여 기도하는 암굴입니다.
수도원 입구의 하츠카르.
4세기에 건립되어 9세기경 아랍인의 침입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13세기에 다시 재건된 이 수도원에는 십자가 상의 예수를 찌른 창이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워낙 믿음이 강한 지역을 다니면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전 세계에 퍼져있는 예수님의 유골만 모아도 베드로성당을 짓는다는 불경스런 말이 왜 갑자기 떠오르는지... ^^;;
수도원 마당에 자리한 이 바위는 산 위에 있었는데 1975년 대지진때 굴러떨어졌다고 해요.
수도원에 가득했던 사람들이 이 바위에 한 사람도 다치지 않았다고 해서 행운의 바위라고 합니다.
역시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만으로도 조명을 삼은 본당.
신비스럽고 성스럽기까지 합니다.
빛이 교차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의 형체가 빛속에 사라지는 환상이 만들어집니다.
예수를 찌른 창이 새겨진 본당의 문.
저 높은 바위언덕, 돌틈에 세운 하츠바윗돌 사이의 하츠카르.
잦은 외침과 지진들을 겪으며 필사적으로 신에게 매달려 구원을 바랬던 마음이 돌비에 보입니다.
눈을 들어보면 올라가기도 결코 쉽지 않은, 까마득한 절벽에 서 있는 십자가들, 그 암굴속에서 절대자에게 기도를 바치며 자신을 버리고 있을 수도자들의 영혼, 오늘도 이어지는 그들의 긴 역사를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게그하드 수도원을 내려와 예레반 시내에 왔습니다.
시내에서 기념품을 살만한 시장이 제법 크더군요.
川자 모양으로 섹션이 있는데 왼쪽은 장신구이나 골동품이 많이 보이구요. 가격은 그다지 싸다고만은 할 수 없더군요.
상품들이 비슷비슷해보여서 왼쪽에서 거의 다 써버렸는데 아뿔싸! 내게 맞는 것은 가장 늦게 간 오른쪽 길이었습니다.
아르메니아 화가들의 그림들이 작가 사인이 들어간 원화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낮에 매점을 갖고 있는 식당에서, 포장 그림이 너무 이뻐서 샀던 茶깡통의 원화 작가 그림이 바로 여기에 있네요.
마그넷도 여기가 제일 이쁘고 중국산이 아닌 작가들 작품이 있었어요. 물론 가격도 그대로고요.
아까워라!! 돈을 벌써 다 써버렸는데!!!
우리 돈으로 15만원, 드람은 다 써버렸고 캐리어에 달러와 유로가 있는데 으으으;;;
카드를 꺼낼까말까 한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가나 저만한 크기의 원화를 이 돈에 산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여기니까 이 가격이지 수비니어 샵에 가면 바로 두 배가 돼'
맞는 말이죠.
안 사고 가면 분명히 후회할 것 같은데.-
후회를 택합니다. ㅠㅠ
어느새 여행이 저물어갑니다.
어제 호텔 욕실에서 도자기에 든 샴푸병을 발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발은 온통 시커멓게 멍들고 하루종일 절뚝거리고 다녔습니다.
상태도 안 좋아 오늘 저녁은 야경투어를 포기하고 그냥 쉬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