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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적은 편지
소금눈물
2011. 11. 16. 16:53

그 어리신 날 한시절에
하늘가에 닿는 한 그루 청죽을 꿈꾸던 날이 있었더니
두려운 말씀으로 그 또한 부질없는 꿈이라 하실 것이나
이루지 못했으나 잘못 꾼 꿈은 아니었나이다.
잘못된 꿈, 바라지 못 할 엄혹한 길은 오직
이 모질고 미련한 것의 어리석음으로
옥 같은 도련님의 그 꿈을 꺾었으니
하늘에 닿지 못하고 바람에 휘둘린 그 대나무가
허리를 감아오며 잉잉거리고 웁니다.
북풍한설, 뼈가 시리던 그 설원에서도 아프지 않던 고추바람이
피가 떨어지는 이 심장으로 에어 옵니다.
허나,
이 길이 반드시 끝이 있음을 아는 까닭은
이 목숨을 바쳐 도련님의 한 날을 산 들
무엇이 아까우리까.
버리라시면 이 몸의 핏톨 하나라도 아까워 하지 않으리니
고초의 짧은 날을 짐작하시고 부디 귀한 몸을 아끼소서.
도련님...
기억하십니까...
차마 받잡기 무서운 말씀이라 차라리 아니라, 아니라 하였으나
누이라시던 말씀...
누이처럼 대해주시고 품어주셨으나 차마 받지는 못했던 그 말씀...
파직도 아랑곳 아니하시고
이 것이 있기에 사노라시던 소요산 자락의 그 말씀...
그 말씀들로,
주신 그 말씀들로
아프고 고달팠던 날들은 기억에 없나이다.
바라보고 따라온 길,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못가는 몸은, 몸보다 먼저 간 마음으로... 아프지 않습니다.
한 가지에 피어 웃을 날, 꿈에도 생각한 적 없으니
그 나무 청청히 자랄 굳은 뿌리 하나로 족하니
부디...
몸을 아끼시고 마음을 단정히 하시어,
후일을 기약하는 소녀의 마음을 기다려 주소서.
오직 아뢰올 것은 이 뿐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