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길에 서서
10월 9일 아침산책- 눈치좀 보고 삽시다!!
소금눈물
2011. 11. 13. 10:23

공원에 갈 때마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거려니 싶어진다.
숲은 그새 가을로 껑충 들어서버렸다.

저것이 닭인지 비둘긴지 ;;;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도 않고 어정어정 숲을 거닐고 있다.
유유자적...


며칠 새 숲속이 한적해졌다.
오솔길까지 나와 꽉꽉 채우던 덩쿨들이며 쑥부쟁이, 구절초들이 다 져버리고 몇 남지 않은 공작과 고마리가 보일 뿐이다.
그나마도 시들어서 힘도 없다.
숲은 깊이까지 쑥 들어가버리고 수런거리던 어린 풀잎들도 잠잠한 오솔길.
아직은 무성한 잎이 다 물들어 지고 나면 스산해지겠지.
그때쯤을 나는 보지 못하겠지만..

몇톨 남은 밤이며 상수리를 줍느라 마을 아래 사람들이 모여있다.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젊은 아빠는 힘겹게 밤나무에 올라가 쿵쿵 발을 굴러대고.
주워가봤자 집안 구석에서 굴러다니다 버릴 상수리 몇 개를, 풀숲을 뒤지며 찾는 할머니들.
절로 눈살이 찌푸러진다.
장난으로 줍는 저 열매들이 이 숲에 사는 다람쥐며 청설모들에게는 겨울 양식이다.
먹을 게 없다면 몰라도 장난으로 주워가는 그것이, 산짐승들의 겨우내 먹을 거리를 뺏는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힘도 좋지.
까르르 웃어대는 아내 앞에서 힘자랑을 하는지 연신 발을 굴러대며 의기양양한 부부 옆을 지나가다 기어이 한마디 나오고 만다.
"좀 내버려두지 참..."
정자로 오르는 숲길에서는 어르신들 몇이 앉아서 무슨 말인가를 하다가 나를 보더니 시선을 피하며 씩 웃는다.
왜그러나 싶었는데 수풀 어디서 지퍼를 올리며 나오는 할아버지.
왜들 그러세요 정말~!



좋은 곳을 함께 좋게 못하는 이들 때문에 이래저래 짜증이 나는 산책.
그래도 정자에 올라 쉬면서 숨을 고른다.
바람은 선선하게 머리를 만지고 지나가고, 이따금 나무잎을 흔드는 바람결.
참 좋다...
자연은 이렇게 거기 그냥 있음 만으로 우리에게 복인데....왜들 그리 곱게 못만드는지...

덤불이 우거졌던 중간공원 벤치 아래가 누군가 빗자루로 청소를 해놓은 듯이 말끔해졌다.
이제 곧 옆의 은행나무가 물들어 떨어지면 땅바닥에 빈틈도 없이 노랗게 변하겠지.
고요하고 아름다운 숲..


이제나 저제나 하던 산수유가 익었다.
산수유 익은 것을 처음 보았다.
이른 봄부터 꽃눈이 움트고 지고 또 새잎이 나고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주욱 보아오던 터라, 열매 익는 것을 기다렸는데..이렇게 보고 가게 되니 참 다행이다.
이쁘다.
보리수 열매모양인데 겉표면이 매끈하다.
맛도..있는 걸까?
살짝 한 개 따보려다 이것도 내가 손댈 게 아니다 싶어서 사진기에만 넣는다.

나무잎의 색깔이 좀 연해졌다.
곧 단풍이 들겠지...

이게 왠일이야 글쎄!!
공원을 다 걸어내려오다 만난 ... -_-;;
어떤 고약한 손길들인지 난장판을 벌이고 먹고 마셨으면 뒤처리라도 말끔하게 하던지.
아니 벤치도 중간중간 있더만 굳이 빈 종이상자까지 저렇게나 많이 업어와서 퍼질러 놀다가 뒷정리도 않고 과자며 술병이며 다 엎어놓고 그냥 갔다.
사람 다니는 길에 그나마 벌여놓은 걸 다행이라고 해줘야 하나.
혀를 차고 지나가려다.. 다시 돌아왔다.
도저히 못 지나가겠다.
사진기를 내려놓고 널려진 쓰레기를 모아 거기 있던 비닐봉지에 모았다.
주섬주섬 줍다보니 지나가던 할머니도 두런거리며 주워주셨다.
"사람들이 이게 뭐야. 먹고 놀았으면 뒷정리를 해야지. 뉘댁 새끼들인지 정말!"

과자봉지며 나무젓가락이며 치우는 사이 할머니는 벤치 뒤 숲으로 내던지 술병들을 모으셨다.
창피하다 정말..

태울 수 있는 비닐봉지들은 내가 다 모아서 아래 쓰레기통에 버리고 종이상자들은 모아서 묶어놓았다.
공원청소하시는 분이 와서 챙겨가주시리라 생각하고.
지난 봄,여름내 아침산책마다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말없이 줍던 아저씨 한 분이 생각난다.
공원을 떠나기 전에 그분께 조금은 빚을 갚은 것도 같다.
누군가가 말없이 치운 그 길을 나는 좋은 마음으로 산책을 즐겼었다.
내가 지난 자리를 누군가 또 그렇게 걷겠지.
사람들이 정말 왜 이러나 싶다.
제 몸 생각해서 산책을 다니면서 다른 이들 마음 언짢을 걸 생각 못하는지.
제발, 눈치좀 보고 살자.
조금만 덜 뻔뻔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