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연인의 마을
아빠 저 떠나요
소금눈물
2011. 11. 10. 21:51

아무래도 안되겠네요.
주위사람들에게 걱정만 끼치고...
이렇게 사는 미주씨가 아니었는데...

사람들은 어디서든 다 제 몫을 다 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도 추억은 너무나 생생하고 ..
"뭐하는 겁니까?"
금방이라도 넋을 놓고 있는 자신을 탓하며 나타날 것 같은데...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미주씨만이 아니었나봅니다.
남들 눈에야 뭐라든 언제 다시 이 곳에 올 것만 같아
주인 없는 방에 온기를 꺼트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십니다.

아빠... 정말 고마워요.
그 사람 앞에서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그거 다 저 위해서 하신 말씀인줄 알아요.
그래놓고 밤새 뒤척이면서 잠 못 주무신거 알아요.
고마워요... 그 사람 첫월급 선물, 열심히 입어주셔서.
아빠가 입지 않으시면... 그 사람 그날 산 옷 두 벌이 다 주인을 잃을 뻔했어요.
바르게 제대로 살자고 사회에 나와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한 첫 선물이었는데...

웃음을 잃은 딸을 위해 입은 옷...
얼마나 불편하고 미우셨을까...

못된 놈, 싸가지 없는 놈, 네깟게 뭐라고 이 불쌍한 것 얼굴에서 웃음을 뺏어가.
네가 뭐라고 이 이쁜 것이 내내 눈물을 달고 살게 만들어...

아직두... 안 만난대냐?
딸은 대답이 없습니다.
나쁜 놈!!
제가 뭐라고!!
굳어진 딸의 얼굴을 보니 부아가 나서 맨발로 쫓아가서 멱살을잡고 두드려패고 싶습니다.

나쁜 놈이래면서 기름은 왜 넣어.
침대카바는 왜 바꾸는데!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그 모습이 애처러워 마음이 아프고.
이 모습이 얼마나 싫으실까 생각하면서 죄송스러운 딸.
그 속이 오죽할까 싶어서 아린 아버지.
이런 딸을 생각해서라도 그 미운자식이 빨리 돌아와야 할텐데.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슬프고 외로운 일이었군요.

미주씨는 그 시간동안 얼마나 많이 아버지와 부딪쳤을까요.
걱정을 듣고, 싸우고, 눈물을 흘리고, 그러다가 포기를 하고...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옵니다.

아부지...
저 어디 좀 가려구요...

이게 뭔 소린가 가슴이 쿵 떨어집니다.

전에 말했던 국경없는 의사회요.
죄송해요...
처음에는... 마음만 아팠는데... 이제는 온 몸이 다 아파요.
시간이 너무너무 안가요. 하루하루가 물에 젖은 솜뭉치 같애요.
밀어도 보구 끌어도 보구 별 짓을 다 해도 자꾸 무거워져요.
오죽했을까. 어련했을까..
거기가 어딘지는 몰라도 이것이 이 마음으로 간다니 거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될 곳인지
목사님은 짐작이 됩니다.
얼마나 힘들고 바빠야 저 마음이 가벼워질까.
저것이 얼마나 힘들면 저런 소리를 애비한테 다 할까.
저렇게 앉은 채로 시나브로 시들어가는 꼴을 보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언제.. 가는데?
당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립니다.
아직 새파란 처녀의 몸으로 남의 나라땅, 거기다가 분쟁의 한 중간에 뛰어들어서
사람들을 구해야한다는데, 그러려고 간다는데...
막을 수가 없네요.
처음에 들었을때는 날벼락 같은 소리로 호통을 치셨을텐데
아무래도 이것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나봅니다.
더는 못 막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 이제 당신의 손에 맡깁니다...
늙은 아버지는 무력하고 슬프기만 합니다.

이 주 후에요.. 죄송해요.
죄송하지요.. 죄송하지요.
가기 전에 하루 들러. 뜨신 밥 해놓을테니까.

허둥지둥 나가는 아버지를 보고 미주씨는 마음이 쓰라립니다.
이 불효를 다 어찌할지요.
결국... 이렇게 떠나야할까봐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짐을 다 맡기고.
바깥세상에 나가서 정신없이 살다보면 잊어질까요.
스스로가 이겨질까요.
무언가... 참 잘못되고 있는데... 이런 자기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정말 이건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