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놀다
뇌봉탑
소금눈물
2011. 11. 9. 15:47

서호를 돌아 뇌봉탑에 오릅니다.
뇌봉탑은 지어지고 두 번인가 무너져 지금 보이는 저 탑은 최근에 다시 지어진 거라네요.
일설로는, 이 탑의 모형을 가져다 밤에 아내의 베개맡에 올려놓으면 아내의 기가 크게 꺾이므로 가정내 주도권을 가지려는 남자들이 뇌봉탑의 모형을 사가지고 간다고 합니다. ^^
이 탑에는 얽혀있는 전설이 있습니다.
아주 옛날 서호에 천 년 묵은 백사와 오백 년 묵은 청사가 살았습니다. 둘은 자매처럼 친했지요. 어느날 이 서호 호숫가에 선비 허선이 놀러나왔다가 그만 사람으로 변신한 백사와 눈이 맞아서 부부가 되었습니다.
행복한 부부를 시기한 이가 있었으니 근처 금산사의 스님 법해였지요. 두 사람이 약국을 차려 많은 이를 구제하고 돈을 많이 벌게 되자, 아픈 이들이 절에 와서 불공을 들이고 돈을 시주할 일이 없어 금산사는 가난해졌지요.
법력을 써서 백사와 청사의 본모습을 알아챈 법해는 허선을 꾸짖었고 아내의 본모습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허선은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이에 허선을 납치해서 백사를 위협하므로 백사는 서호의 물을 끌이들이고 벼락을 쳐서 금산사를 덮치는데 법해의 힘이 만만찮았고 백사는 아기까지 있어서 이길 수가 없었답니다. 법해는 아이를 낳는 백사를 붙잡아다 이곳에 가두고 뇌봉탑으로 눌러버렸는데 허선은 그 아이를 데려다 키웠답니다. 탑이 무너지기 전에는 빠져나올 수 없는 백사, 하지만 그녀가 낳은 아이는 자라서 힘을 키워 이 탑을 무너뜨리고 어머니를 마침내 구해냈습니다.
어제 송성 가무쇼에서 이 전설에 대해 아름다운 춤으로 미리 보았지요.

탑 마당에 있던 바닥의 부조입니다.


1924년 무너진 뇌봉탑의 잔해 위에 그대로 탑을 새로 지었습니다.
잔해를 볼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가 출발하는 탑의 지하에서 이렇게 유리벽 안에 넣어놓았더군요.

관광객들이 던진 돈들.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중국의 4대 미인중 하나인 서시의 고향이라는 서호.
아름다운 서호와 훌륭한 시인이자 재상이었던 소동파, 이름난 미인의 전설과 청사백사의 이야기.
항저우는 풍부한 산물과 이것을 나누어 쓸 수 있는 좋은 교통수단 등 참 가진 것이 많은 고장이었습니다.

뇌봉탑에서 내려다본 풍경입니다.
단풍이 드는 가을이면 더 아름다울 것 같네요.
서호의 가을모습은 어떨까요.

탑 꼭대기의 천정화입니다.
불화인 것 같네요.
우리네 고건축물의 천정화와는 아주 다르지요?
이렇게 금칠이 되어서 옛날 이 탑이 금을 입혔다는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벽을 마구 떼어가서 무너졌다는데 그럴만 했겠습니다.
뭐 번쩍거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는 재밌기만 합니다만. ^^;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지만 내려올 때는 일부러 내부장식을 보고 싶어서 계단으로 내려왔습니다.
층마다 다른 양식으로 벽을 장식하였습니다.
뇌봉탑에 오르시는 분들은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꼭 걸어내려오시길 권합니다.


소동파가 처음 서호에 제방을 쌓던 때를 형상화한 것이라네요.


뇌봉탑과 서호의 풍경.

조금 가까이서 찍었더라면 떠듬떠듬이라도 내용을 짚어볼 것을, 뭔 말인지 -_-;

아하~
부처님의 일생을 형상화한 것이군요.

이것은 백사청사의 전설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나무조각인데 놀랍도록 정교해요.

아기를 허선에게 건네주는 백사도 보이고.

층마다 각기 다른 양식으로 장식한 벽화들은 아주 아름답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만 하더군요.
그런데 지금까지 중국에 와서 딱히 기념할 만한 물건을 찾지 못한 저는 엽서를 사려고 기념품 가게에 들렀는데 엽서가 없대요 글쎄. -_-;
하는 수 없이 조악해보이는 소수민족복장의 인형을 샀는데 어찌나 허접하던지, 싸구려티가 폴폴 나는데 그게 삼천원씩이나 해서 열이 받았습니다.
그런데다 안내원들이 그 복장이 어느 민족의 복장인지를 설명해주지 못하더군요.
민족의 수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종류가 많지도 않은데 민족의 이름이라도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우리나라 관광지에도 정작 우리 손으로 그 문화재를 특징있게 보여줄 만든 기념품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중국에서도 아쉬웠습니다.
이 다음엔 영은사로 갑니다.
에.. 다들 이때쯤은 짐작하시겠지만, 언제 이야기가 이어질 지 역시 짐작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