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생인손 -1
소금눈물
2011. 11. 21. 15:59
"내가 못살어 증말! 노인네 또 일쳤네 일쳤어"
부엌쪽에서 쨍하는 아내의 소리가 들린다
승구는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다가 다시 드러누웠다
보나마나였다
치매기가 오기 시작하는 장모와 씨름하던 아내가 또 부딪친 것이었다.
하루 걸러 한번은 정신이 동구밖으로 놀러나가는 장모였다
카드가 부도가 났네 어음이 막혔네 뒤숭숭하던 처남네가 도저히 노인네를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버리다시피하고 가버린게 작년 늦가을이었다.
긴병에 효자 없다지만, 생각하면 처남네도 할만큼은 한 셈이었다.
정신이 온전했을때는 그렇게 순하고 다감하던 양반이었다.
사위가 어려워서 한방에 마주 앉기도 조심스러워하던 이가, 정신을 놓고부터는 대낮에도 훌러덩 웃옷을 벗어제끼고 골목을 활보하기 일쑤고, 쓰레기를 버린다는게 멀쩡한 쌀통에 들이부어서 안사람의 속을 뒤집어놓기가 다반사였다.
하루종일 뒤를 따라다니며 뺏고 치우기도 일인데, 맞벌이인 젊은 내외가 감당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몇년을 한숨은 쉬어도 싫다 소리 않던 처남네가, 알량한 회사까지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고보니 사는게 끔찍하고 도움안되는 이가 제일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나 있는 핏줄이니 어쩌겠냐고, 사는 처지는 뻔히 알지만 나중에 풀리면 다시 모셔가겠다고, 누가 잡을 것처럼 도망을 쳐버리는 처남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가야할텐데 어떻게 같이 한 방을 쓰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욱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방도가 없었다.
방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조르는 아내에게 승구는 그날로 목수 김씨를 불러 버리다시피 두었던 마당 끝 방을 손보고 장모를 모셨다.
방이라고 흉내는 내었지만 창고로 쓰던 곳이라 마음이 좋지 않았는지, 아내는 그래도 커튼도 달고 벽지도 새로 바르고 부산을 떨더니 아예 손재봉틀 하나를 거기에 갖다 놓고 수선일을 시작했다.
입이 늘었으니 반찬값이라도 보태겠다는 말이지만, 하루종일 노인네를 지켜야되는 일을 그리 시작한 것이었다.
손재주가 좋아서 알음알음으로 치맛단 미어진 거며 아이들 옷단 줄어든 것 정도는 내어주던 아내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부업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