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2016.08 타이둥여행- 화롄협곡 (1)

소금눈물 2016. 8. 9. 10:25

 

 

화롄 역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서 '입구'로 나가려는데 사람들이 많이 나가는 쪽으로 가면 되겠지 뭐 하고 무심코 따라가다가, 나와보니 뭔가 이상 -_-;

 

택시투어하는 데가 어디예요? 하고 물으니

반대방향으로 나가. 뒷문으로 나왔어.

-_-;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네요.

숙소는 역 근처겠지만, 짐을 끌고 이 빗속에 헤매고 싶지는 않고

 

일단 싱리팡에 짐을 맡기고

나와보니 정보와 다르게 화롄투어 하겠다는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고 차들도 보이지 않아요.

미리 예약 안했다고 걱정마라, 역 앞에 사람들이 엄청 모여서 바로 즉석에서 투어 팀이 꾸려질테니- 

정보 헛소문 ㅠㅠ

 

그나저나, 비가 오면 화롄 진입이 안된다고 들었는데 비가 적잖이 오는데 가능할까 싶어서 역무원에게 화롄 오늘 진입 가능하냐 물어보았더니 -거기 앞에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세요.

 

택시기사에게, 오늘 화롄 가능한가요? 하고 물으니 두말할 것도 없이 타! 타! 갠찮아 갠찮아!

-얼만데요?

-이천!

 

(이천 육칠백이라고 들었는데 ...-_-a)

 

-저 혼자인가요?

-괜찮아 해줄게.

 

얼떨결에 이천에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우와 나 운 좋은가봐. 미어터진다는 관광객도 안 보이고 혼자지만 이천이라니 할만하네!

 

아저씨는, 중국인들이었으면 이천 삼백은 받았을 거라며.

딜도 없이 얼결에 혼자 우왕 독점이야 씐나! 하면서 탔어요.

 

 

드디어 타이루거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산준령인 중앙산맥이 가로질러 내려가는 타이완. 그 중앙산맥을 따라 이번 여행이 이어집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김포공항에 내려서 강릉, 울진을 거쳐 울산으로 가는 식이지요.

지형이 너무 험준해서, 풍경은 좋지만 대만 사람들도 쉽게 오기 어려운 곳이기도 해요. 최근에야 도로가 좋아지면서 관광객도 많이 늘었지만 타이완 동부여행, 더구나 혼자 하는 배낭여행은 정보가 많지 않아서...ㅜㅜ

 

 

 

대리석산지로 유명하다는데 입구 강 폭을 보면 우기에는 수량이 굉장하겠구나 싶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산 머리 구름을 보니 흐음..

 

 

 

투어의 시작인 사카당 트레일.

여기에 내려주고 한 시간 후에 여기서 보자 하고 아저씨는 사라집니다.

 

계곡 사이에 놓여진 다리 위에 정차하고 아래 철제 난간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비가 제법 쏟아져서 샌들로 내려가기가 몹시 조심스러웠어요.

다리가 빗물에 쭉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ㄷㄷㄷ

 

 

 

 

길이랄 수도 없는 저 단단한 바위 벽을 사람의 손으로 다 쪼아서 길을 냈다네요.

 

언젠가부터 여행지에서 엄청나게 밀려드는 중국관광객 팀으로 호젓하고 여유로운 관광이 어려워졌는데 이상하다 싶게 이번 여행은 아주 넉넉했어요.

화롄투어는 대만에 가는 사람이라면 꼭 가는 코스일텐데 여기도 별로 없고.

왠일이야 ! 막 혼자 신나서 쏟아지는 비가 아랑곳입니다.

 

 

 

그러니까 저기 빨간 다리 위에서 내려온 거라능.

 

 

 

 

 

오오 물은 수정처럼 맑고 깨끗합니다.

 

 

보기엔 잡힐듯이 가까워 보이지만 엄청 깊은 계곡이예요.

 

 

 

 

 

 

 

 

 

옥같은 계곡물과 깊고 높은 깎아지른 절벽, 비안개가 하늘로 올라가는 아득한 산.

여기 안 오면 어쩔 뻔 했어!

인파가 많다길래 타이루거를 올까말까 했던 게 아찔합니다.

정말 잘 왔다! 로또다 ! 막 혼자 ㅎㅎㅎ

 

 

 

가고 싶은 계곡길은 아직 더 많이 남아있는데, 아저씨와 약속한 시간도 다 와 가고 비그림자는 점점 짙어지는데 인적이 드무니 겁이 나기도 합니다.

안전하게 가자. 더구나 외국인데.

 

 

 

 

-아저씨. 듣기로는 여기 되게 유명해서 관광객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올해 민진당이 당선되면서 중국 본토와 사이가 안 좋아졌거든. 양안관계가 나빠지면서 대만관광을 제한시키니까 사람이 없어.

-한국인도 별로 안 보이는데요?
-어제는 많았어!

-제가 운이 좋네요. 여유있게 즐기고. 아저씨는 수입이 줄어서 속상하시겠지만.

-그런 때도 있는 거지.

- 얼마나 하셨어요?

- 삼십년. 난 화교야. 푸젠성에서 이백년 전에 우리 조상이 왔어.

-오!

 이백 년전에 건너와 여기에서 정착하게 된 화교들은 정체성을 아직도 이백 년 전의 고향에 두고 있는 걸까. 잠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옌즈커우로 들어가는 길, 아저씨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바로 옆을 보면 나무도 없는  산에서 쏟아져내린 토사와 바윗돌들이 도로 바로 옆까지 쌓여있네요.


"여기 위험해. 정말 위험해. 우리도 가끔 여기 무서워."


빗속에서 도로를 정비중인 중장비들,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지나가는 차들.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 너머로 아득한 골짜기 낭떠러지를 보니 무섭긴 합니다.


"일년 사시사철 계속 이러나요?"

"대개 그렇지. 여긴 좀 위험해. 특히 여름, 태풍이 불거나 할때는 정말 위험한 곳이야."


네 듣고 알고 있습니다. 실제 와 보니 정말 그렇겠네요.

심장이 쪼그라져서, 집채만한 바위가 떨어져 있는 계곡 한 중간을 바라보니 아찔합니다.

 


옌즈커우. 제비집에 도착했습니다.

계곡을 가로질러 간 다리를 도저히 맨 정신으로 건널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건너는 사람도 없고 물론 아저씨도 건너보라 말 꺼내지도 않습니다.

 


-여기서 천천히 돌아봐라. 나는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픽업하러 올테니


아저씨는 휭 가버리고, 빗소리와 계곡 물소리만 울울 창창한 옌즈커우에 오도카니 남았습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 구멍으로 제비들이 서식하고 있다네요.

비가 와서 보이지는 않고 귀기울여 들으면 소리가 요란하게 나긴 합니다.

 

 

저 다리를 누군가 건너긴 하는 걸까?

 

빗발은 줄어들 기세가 아니고.

아직 한낮인데도 저녁나절처럼 어두운 옌즈커우 계곡.

+

 

 

 

 

보이시나요?

저 아득한 절벽사이 구멍들이 제비집이랍니다.

보기엔 그렇게 깊어보이지 않지만 똑바로 내려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무서워요.

 

한참 구경하다 정신이 들어보니, 이후에 간간 들어오던 택시투어 여행객들도 보이지 않고 비가 쏟아지는 옌즈커우에 혼자 남아 있습니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

투어버스인 호행버스가 와서 버스투어 하는 사람들을 내려놓고 사라지고 그들도 곧 어디론가 가고.

약속한 아저씨는 보이지 않고... ㅜㅜ

 

간간 들어왔다 다시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여행자들은 모두 하얀 헬멧을 쓰고 있는데 비가 쏟아지는 계곡 윗길에 혼자서 동동거리고 있는 나는 왜 헬멧이 없는가.

멘탈이 우주너머로 사라진 채 둘러보다가, 입구에 텐트를 친 공사하는 아저씨들에게 가서 혹시 여기 말고 택시 기사들이 쉬는 곳이 있느냐 물어보니

-없어!

 

헐..

 

날은 어두워지고 비는 그치지 않고 절벽 아래 어마무시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물소리는 뒷머리를 잡아당기고 ㅠㅠ

호행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 뻘줌하게 서 있는데 곧 다가온 버스가 그들을 마저 싣고 가 버리니 진짜 혼자 산속에 남았습니다.

 

어두워질 것 같은데, 빈 차로 나오는 택시 아무거나 타고 화롄역으로 돌아갈까 싶지만, 그러다가 투어 중에 말도 없이 사라진 한국 진상여행자로 인터넷에 오를까 겁이 나고 ㅠㅠ

 

지난 대만여행- 진과스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어찔;;;;

 

한시간 넘게 동동 거리다 마침 들어온 택시 기사에게 쫓아가서 당신들 여기 말고 또 어디 쉬는 곳이 있냐 했더니 돌아나온 굴속 길 안쪽으로 가 보라네요.

일제히 흰 헬멧을 쓴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안하게 보다가 그 말을 듣고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손으로 일일이 팠다는 옌즈커우의 절벽 굴 길.

땀을 뻘뻘흘리며 막 달려가니, 안내소에서 아저씨가 뛰어나오며

 

- 아유 코리언?

-是!!!

 

아유 찾았네 찾았어! 안내소 아저씨가 막 반가워합니다.

기사아저씨가 몇번이나 다녀갔다고, 길이 엇갈렸다고.

 

숨을 몰아쉬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함박 웃으며 오시네요.

 

사진을 찍느라 다시 돌아온 아저씨를 나는 보지 못했고, 아저씨는 나를 못 보았고

그렇게 엇갈리면서 둘다 울상.

 

엇갈리면서 시간을 너무 까먹어서 투어 예정지 중에 한 둘은 빠질 것 같다네요.

괜찮아요. 치싱탄을 볼 수만 있으면요.

 

 

한숨을 몰아쉬면서 핸드폰으로 대만여행까페에 접속을 해 보는데...

뙇!!

 

-타이루거에서 바위가 버스를 덮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속보가 뜹니다. 타이루거 가실 분들 조심!

 

응?? 이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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