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귀향 5
소금눈물
2011. 11. 17. 15:40
꿈에라도, 헛걸음에라도 돌아다 볼 일 없다 입술을 앙다물고 떠난 고향 아니었던가.
가 보자면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었건만 애써 모르쇠로 일관한 곳이었지 않은가.
그런 푼수에 느닷없이 한겨울 눈바람을 맞으며 고향 나들이를 하자 나서는 언니의 속을 짐작할 수 없던 게 당연했다.
"두고 온 애인이라도 생각허나?"
"열 살도 넘은 성을 두고 헐 소리다"
픽 웃으며 나를 찰싹 때렸다. 나도 덩달아 멋쩍게 웃었다.
"생각허문 웃은 날보다 운 날이 더 많은 고향인디두 그렇더라. 꿈에 강건너 둑길이라도 걸어본 날이면 깨고 나서도 한참을 심란허고 봄바람 불먼 공도룻재에 송홧가루가 날리겄구나 싶고..."
지나간 추억이 새삼 머리를 적셔와 헤살거리며 웃었지만 어디 그것이 그리워서만이었을까. 생각하면 독한 상채기가 먼저 떠오를 곳이 아닌가.
"야 저건 못보던 건물이다. 그새 엄청 변했구나"
"그러게"
덩달아 고개를 빼고 내다보다 커튼으로 김 서린 차창을 닦았다.
"너도 많이 컸다야 생각허믄"
"그려. 크너라 힘들었다"
언니는 풀썩 웃었다.
"그런디 부여는 왜 들러?"
언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니 딴 생각 읎어야. 그냥 거기도 한 시절을 묻은 곳인디....싶어서...."
"왜 하필 거기여? 무슨 비단 치마 휘두르고 다닌 시절이라구. "
언니의 턱 선이 가늘게 떨렸다.
말을 잇지 못하고 창으로 돌린 눈 밑으로 금새 붉은 기가 올랐다.
한참을 먹먹하게 창밖만 멍하니 내다보더니
"살먼서 이 죄를 다 어찌 갚으까나.... 그 착하던 양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