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하례
참여정부에서 우리 대통령님과 함께 일하시던 분들이 모여 신년하례를 올립니다.
반가운 얼굴들이 새해를 여는 날에 만나 즐거운 덕담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덥히는 날에 왜 마음이 기쁘지만은 않은지...
날이 갈수록 고단하고 팍팍해져가는 살림살이에 온통 어수선하고 괴로운 소식들만 들리는 나날입니다.
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누가 임금인지 그 백성이 알지 못하고 관심도 갖지 않는 때가 가장 태평한 시절이라 하더니 요즘은 도무지 알고 싶지 않아도, 듣고 싶지 않아도 귀를 더럽히는 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도자라고 모여 국방대책을 연다는 사람 중에는 군대 갔다온 이가 드물고, 나라가 부를 때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행방이 묘연했던 이는 보온병인지 포탄인지도 모르고 설레발을 떨고 수재로 수도가 잠기는 와중에도 경치 좋다고 신나하던 사람이 공직자라고 하고.
국민노릇도 참 어지간히 힘듭니다.
강산은 무너지고 물길은 흙탕물이 되고 중인환시리에 국민을 불질러 죽이더니 그게 시작이었던 걸까요.
처처에 산채로 묻히는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농부들의 절망에 가슴이 찢기는 겨울입니다.
군주제였던 시절에는 나라에 우환이 닥치면 먼저 베옷을 입고 가슴을 치며 임금된 자가 하늘에 먼저 죄를 자복하고 하늘의 도움을 빌었다는데 오만하고 폭력으로 짓밟는 능력만 갖춘 이들에게는 이 말 조차 들리기나 할까요.
어디를 또 얼마나 다쳐야 할까, 얼마나 더 울고 괴로워야 할까...
조용히 문이사장님의 새해인삿말을 듣다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 국민의 조롱과 질타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감당하려 했던 사람이...그런 지도자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마음 깊이 그저 우리 모두 그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자, 기필코 힘을 내서 견디자...
그리 다짐합니다.
내년엔 정말 그늘 한 점없이 다들 환하고 벅찬 마음으로 이 자리에 다시 모여
웃으며 그렇게 인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으면서도 추위보다 더 시린 아픔과 답답한 바람이 가슴을 치고 지나갑니다.
신년하례식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하셨어요.
"우리 서로 마주보며 새해 인사를 합시다."
안희정지사님의 제안으로, 둘러선 손님들 모두가 큰 소리로 서로 마주보며 인사를 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봉하마을 찾아주신 여러분
올해 정말로 정말로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자.. 그럼!
무사히 새해 인사도 올렸고,
호미든님이 운영하신다는 봉구횟집에 가볼까요?
마을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진영중학교 앞 최봉구횟집으로 가주세요"
했더니 기사아저씨께서
"최봉구 횟집이 아이라 봉구횟집입니다."
하시더군요.
"아닌데..? 최봉구횟집일걸요?'
"내 말이 맞다카이"
근데 도착하고 나니
제 말이 맞았죠 ^^
사사세에서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니까요 ^^
아저씨도 간판을 다시 보시더니 최봉구횟집이 정말 맞았다고 웃으시데요^^
여기 찾아가실 분들은 그러니까, 봉구횟집이라 하셔도 기사님이 금방 잘 찾아주실 거예요^^
어묵을 먹긴 했지만 이른 아침을 먹고 나와 추위에 떨다 보니 정말 따뜻한 방이 간절히 그립습니다.
호미든님이 하시는 댁 맞냐고 다시 확인을 하고
(뭐여~ 나 지금 대놓고 광고질 중인겨? 호미든님 광고비 20원 입금해주세요 !! ^^)
뭐시가 막막 나옵니다. ^^
우리가 시킨 것은 한 사람 당 만 원짜리 회정식이었습니다.
곁들이 음식도 정갈하고 싱싱해서 참 좋았습니다.
음식 앞에 두고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촌스러움을 유감없이 발휘중인 소금눈물 -_=
계속 음식은 들어오고...
그러다 어느 순간,사진은 포기하고 먹느라사진기는 내팽개치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따끈한 매운탕.
오와... 몸이 아주 녹작지근하게 풀렸습니다.
배가 띵띵하게 정말 새해 첫날부터 완전히 굴러가게 먹었습니다.
호미든님 번창하세요^^
봉하마을 가시는 분들, 마을 돌아보고 나오다 먹거리 여의치 않으시거든 진영중학교 앞 최봉구횟집에 들러서 꼭 맛난 회정식 드시고 가세요^^
마을을 돌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오후로 저무는 들판을 보니 이제서야 추위가 파고듭니다.
아참, 그러고보니 제대로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라고 예보를 했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해집니다.
"아까 박석들 말이예요...
거기 박석들 하나하나 읽어가다보면, 한때 이 나라에서 총리를 했다는 이도 있고 장관이었던 이도 있고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이도 있고...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조그만 돌판 하나씩 받아서 아기들 이름 옆에, 서울 무슨 동 누구 아빠네들 사이에 그렇게 평등하게 하나씩 받아 놓여있는 모습을 보니 딱 그분들, 그때 그 정부의 모습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높은 자리 있었다고 좀 뽀대나고 큰 자리를 얻은 것도 아니고, 돈 좀 있다고, 대통령과 더 친했다고 표시나는 것도 아니고...똑같이 눈물겨운 그 보통 국민들의 마음 한쪽에 똑같이 그 크기로 차지하고 함께 나란히 있는 모습..."
"자기가 쓴 글씨 찾으려고 머리털이 하얗게 쇤 할아버지도, 유치원다니는 아이들도, 내노라했던 이들도, 아닌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허리 숙여서 이리저리 돌아보게 하는 곳... 어떤 특혜도 없고 그런 걸 바랄 것 조차 없이 나란히 나란히..그렇게 함께 어우러지는 곳.
어쩌면 당신 잠자리조차 꼭 당신 성품 같은...그런 곳이지요."
친구랑 저는 잠시 말을 잊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의 마음 깊이에 이렇게 뜨겁고 고마운 고향이 똑같이 생겨버렸다는 마음이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93
친구와 저의 고향 주솝니다.
그래서 떠나면서도 이내 다시 올 것이라는 알기에 일어서는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은, 그리움과 고마움을 남기고 그렇게 돌아보는 마음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두모두 아주 많이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