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강나루 낭자에게
소금눈물
2011. 11. 13. 20:00
1987년 1월 14일.
2005년 1월 17일.
당신은 그의 추모제소식을 갖다 놓고 가슴아파합니다.
이제는 <용도폐기>된 이름이냐고, 우리가 잊어도 되는 이름이냐고 당신은 묻습니다.
정작 잊지 못하고, 또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살아온 것도 아니면서, 어쩌다가 아프게 불러서 쓸쓸하게 보내는 이름이면서 우리는 이렇게 묻고있습니다.
잊다니요..그럴리가요..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버지는 아무 할 말이 없다. 아무 할 말이 없다..."
임진강 샛강에 뿌리면서 아버지는 울었고, 우리도 울었습니다.
그날의 그 분노가, 비탄이 이렇게 생생하게 불씨로 남아서 우리를 지금 우리이게 하는데 잊다니요...무심한 세상이기로 그를 보낸 우리가 잊을 리가 있습니까.
그는 나와 같은 시간을 살다간 한 젊은이였습니다.
그가 남영동 분소에서 그렇게 간 시간에 저도 가장 맑고 푸른 시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와 같은 시간에, 그는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그렇게 살다 갔습니다.
그를 모르고 그가 산 세상을 모르고...그것은 오랜 후에까지 저에게 부채로 남았습니다.
저 어머니와 누이가 울면서 치던 종소리는 그렇게 제 가슴에 오래오래 울리면서 저를 울리고 아프게 했습니다.
지난 늦은 이른 여름, 저 아버지가 고문검사출신의 국회의원출마자 추종자들에게 뭇매를 맞는 것을 보면서 당신도 울고 나도 울었지요.
이런 세상이다. 이렇게 더럽고 참혹한 세상에 그가 그렇게 왔다 갔다고.. 그가 간 후의 세상에서 그 아버지가 저런 사람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세상이라고...아직도...아직도...
하지만 강나루.
그게 끝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가 잊혀짐을 아파하는 당신이 있고, 아니 그렇지 않다고, 그는 잊혀진게 아니라 우리 안에 살아서 우리가 그날을 기억하면서 걸어가게 하는 힘이 되고 있지 않느냐고 속삭이는 내가 있지 않습니까.
당신과 내가, 수많은 우리이면서 이렇게 서서 그를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에게 저마다 잊어버린 것이 있다
잊어버린
지난날의 그 무엇 그 무엇들이 쌓여
먼 산줄기 저녁 어스름의 무능으로
이토록 마음 가득할 줄이야
<망각>
제목: 어느 기념비
지은이: 고은
펴낸 곳: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