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길에 서서
화엄사 - 전각들.
소금눈물
2011. 11. 13. 11:27

주전(主殿)이 대웅전일듯 한데, 각황전의 위용이 워낙 대단해서인지 상대적으로 화엄사의 대웅전은 조촐하게 보이네요.
이 절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전각입니다.
본존불로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지요.
모시고 있는 본존불이 어떤 부처님이냐에 따라 그 이름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크지 않은 전각이지만 미끄러지듯 흐르다 살짝 처마끝을 올린 동선이 참 아름답지요?

영전입니다.
연기조사, 자장율사, 원효, 의상, 도선스님 등 화엄사의 역대 조사, 큰 스님들의 영정을 모시던 곳인데 그 영정을 도난당한 후에 보물인 화엄석경을 보관하고 있답니다.

원통전이었던가.. 긁적긁적;;;;

스님의 독경 소리를 들으며 조심스레 후다닥 ;;;

절에만 가면 왜 그렇게 꽃천장이며 닫집이며가 궁금한지...
사찰장식에 흥미를 갖게 된 후로 더 그렇습니다.
멀리서 살짝 찍고 도망치다보니 화질이 영 그렇습니다.

홍매인가 보군요.
조금씩 피어나고 있습니다.

나한전입니다.

무거운 지붕을 떠받친 기둥이 휘었네요.
저러다 뚝 부러지면 어쩌나, 방정맞은 생각이 듭니다.

그 처맛부리가 저고리 소매를 활짝 펼친 형상입니다.

저 날렵한 처맛선 아래 오밀조밀한 단청이 저렇게 이쁘게 숨어있다니요.

날씬하고 세련된 대웅전 옆으로, 토방이 소박한 영전입니다.
이렇게 보니 영전의 처마가 휘었군요.

나한전 옆으로 홍매가 맺히고 있어요.
저 꽃이 활짝 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단청이 참 아름답지요?

명부전이네요.
명부전의 주인은 명부세계를 주관하는 지장보살입니다.

영전 뒤쪽 뜰로 돌아가 지붕을 찍어보았습니다.

어디서 새소리가 참으로 명랑합니다.
동백숲에 노니는 걸 보니 동박새일까요?
발뒤꿈치를 들고 한참을 기웃거립니다.


동백이 아직도 이렇게 곱게 피어있네요.


지붕만 보면 이렇게 넋이 나가 있네요 -_-;;

다니다 보면 어디나 할 것 없이, 크던 작던 중창불사가 한창이더군요.
뭐 절에서도 고민하고 서원을 하며 짓는 일이겠으나, 사실 지나치는 객으로선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습디다.
어쩐지 옛건물과 어울려보이지 않은 생경한 모양에 번쩍거리는 금단청들이 왜 그렇게 불편하던지요.
낙낙하게 눈과 마음을 풀어주던 여유있던 공간들이 모두 사라져버리고, 눈을 풀어놓을 자투리공간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서는 공간들이 시야를 모두 막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바람이 흐르고 숨쉴 공간도 없어보여요.

장금이 세트처럼 영 낯설고 불편하던 새로 지은 건물들이 지금껏누리던 흥취를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하기야... 지나치는 길손보다 거기에 머물러 살고 법을 구하는 분들이 더 많이 생각하고 고심하겠지요마는...

전각과 전각의 바람길을 따라 핀 홍매가 참 곱습니다.
아마도, 빈틈이 없으면 저렇게 꽃과 바람이 머물러 만드는 풍경도 없겠지요.
비었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이 아닌데...

그 가을날의 고즈넉하고 따뜻했던 평화는 많이 지워졌습니다.
하지만 각황전 하나로 충분히 위로가 될 듯 싶네요.

절을 나오다 보니 어디서 새소리가 다시 귓가를 스쳐갑니다.
봄이 무르익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