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길에 서서

아산 봉곡사 솔숲산책

소금눈물 2011. 11. 13. 09:47

05/01/2005 06:13 pm공개조회수 0 6





대전에서 나갈 때는 하늘이 좀 흐리긴 했지만 비가 올 날씨는 아니었다.
아침에 본 뉴스에도 중부지방 위쪽으로 비 올 확률은 없다....고 하더만...
조치원 닿을 때쯤엔 어째 수상하다 싶더니 천안에 내리니 가랑비가 제법이다.
아산역에서 도킹성공, 봉곡사로 가는 길....을 헤메다 시내서 뱅뱅;;;
충무공 무슨 축제가 있는 모양이다.






src="http://img.blog.yahoo.co.kr/ybi/1/4d/df/salttear/folder/30325/img_30325_1254533_4?1114933163.jpg">

물어물어 아산 봉곡사 입구에 도착.
아산 끝, 공주 유구와 거의 맞닿는 지점이었다.
비가 막 개었다.
조용한 솔숲으로 막 개인 비안개가 올라가고 정말 아름답고 고즈넉했다.







이어지는 솔숲이 정말 아름답고 고요하다.
그런데 정말 가슴 아픈....
저 나무 중동의 저 흔적.
일본이 2차대전때 비행기 연료로 쓰려고 소나무 중간에 송진을 빼낸 흔적이다.
나무마다 죄 저 모양이다.
전쟁은 사람만 겪는 게 아니라 그 강산도 함께 겪는다.



숲길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구부러진 소나무와 그 뻗은 가지가 만든 하늘공간을 올려다 보며 가다 만난 외국인들.





이 숲길의 끝에 비구니 스님 두 분이 도를 닦고 계신다는 봉곡사가 있다.
초파일 무렵인데도 번성한 절이 아니라 그런지 가는 길은 조용하다.
가랑비가 그친 아침, 새소리도 더 청명하게 귀에 닿고 숲에 흐르는 바람도 더 푸르다.





- 윤이 옥이와 함께 관음사로 갈 때의 그 계곡 생각나지요?
-저런 길이라면 나귀는 못 갔을 거예요.

도란도란... 봉곡사로 가는지 관음사로 가는지 헷갈리고 있는 ;;;



작은 절 봉곡사.



아담하고 아름답다.
절 마당도 소박하게 이쁘다.




-천령개로 옥이가 깨어나던 그 아침의 관음사 모습 같지요?
- 정말~..



삼성각에서 내려다본 봉곡사 대웅전.
비에 젖은 모란 꽃 ... 오래된 작은 절.
어쩐지 가슴 한 쪽이 아프고 서럽다.
창과 영이의 사랑을 나는 생각했다.



절 마당 아래 작은 연못.
가을이 지나가는 저 연못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눈이 내리는 저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봉곡사를 떠나며...





아산역에서 그리 멀지 않다.
가랑비가 오는 날이라면 꼭 한 번 가 보시라 권하고 싶다.
봉곡사 올라가는 길은 그다지 길지 않다.
작은 마을, 이 숲길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절로 올라가는 700여미터의 조용한 숲길.
번잡하지도 않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작은 솔숲이다.
숲을 지나가다보면 마음도 눈도 푸른 물이 든다.

-

여기에서 나와 나선 김에 마곡사까지 연달아..
春마곡, 秋갑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봄이 아름다운 공주 마곡사.
봉곡사 마곡사 갑사 동학사까지 이 근처는 아름답고 이름 있는 절들이 많다.
갑사는 지난 가을에 가 보니 무슨 공사중이라 사실 지금은 좀 심란할 것도 같고...
동학사는 알다시피 계룡산에서 제일 유명한 절인데 비구니 스님 절이라 절 마당은 조용하고 동학사 절 보다는 계룡산 등산객들로 그 입구가 더 붐빈다.
동학사 벚꽃은 대전근교에서 제일 북적이는 꽃잔치 중의 하나.



십 년도 한 참 저 너머에서 초파일에 들렀던 마곡사는 그 기억이 전혀 낯설도록 새로운 건물도 들어섰고 주변 풍경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다행인 것은, 선암사 해우소에서 기겁( ^^;;)했던 그것이 아주 현대적이고 깨끗해서, 절에는 구경꾼으로나 들르는 손님들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마곡사 해탈문이다.
뒤에서 오시던 스님이 보살님 보살님~ 부르시는데 눈치없이 수다떨고 가다가 우리를 부르는 줄 알고 뒤늦게 돌아보니 절 입구에서 할머니들이 팔던 인절미를 들고 계셨다.
괜찮다고, 고맙다고 인사했는데 절마당에서 다시 마주쳤다.
근처 규석광산 짓는 것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계셨는데, 떡을 권하시길래 거절 못하고 감사히 받아먹고 합장인사. 덩달아 서명까지 ^^;;

잘 생긴 스님~ 성불하세요 ^^;;




영산전.
편액글씨는 세조대왕이 쓰신 거라나.



외지인 출입금지표시가 되어 있다.
삐꿈 들여다 보고 사진만 찍고 후다닥 =333



- 전에도 명부전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딜여다 보고 지나갔는데 말유. 이제는 명부전 보면 윤의 위패가 어디 있을까. 선암사 거기에 꼭 있을 것만 생각이 들어요.
- 수월대사 부도도 있고?
- 그렇지요..

종알종알;;;
천령개 하던 방 앞의 담장과 꼭 같은 식으로 지어진 담장을 보며 다시 다모다모;;;;
그 마당이기 다행이지 이 마당이었으면 우리 나으리 클날뻔 했다.. 종알종알~
(선암사 천령개 방 앞의 마당은 말끔한데 마곡사 명부전 앞 마당은 자갈 투성이다 -_-;;)



대광보전 앞의 탑.



그렇다네~



대광보전 뒤 대웅보전.
낙산사를 새로 조성하는 불전을 시주받고 있었다.

대광보전은 단층 구조, 대웅보전은 독특한 복층구조다.
드물단다. 그런가 보다 하면서 지나치는 무지.




전각과 전각 사이의 삽짝문이 참 이쁘다.
그 이쁜 문 앞에 떡하니 놓인 쓰레기통과 자판기가 운치를 다 다 깬다. -_-;;



스님들 요사채인지 출입이 금지된 곳.
들여다 보지 말라면 또 기를 쓰고 훔쳐보게 되는 건 무슨 심뽄지.;;
훔쳐보는 외지인 시선을 넌지시 가리며 박태기꽃이 지키고 있다.





사랑하면 보이게 되고 보이면 새기게 된다.
선암사는 작은 돌 하나도, 나무 한 그루도 놓치지 않으려 찍고 돌아보고 다시 확인하고 그랬는데, 여기는 그냥 닿는 대로만 담고 지나친다.

선암사에서 찾던 모습을 엉뚱한 절에서 찾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웃음도 나오고, 아련한 추억에 조금씩 쓸쓸해도 지면서...



마곡사 입구 유채밭.
선암사 앞, 그 산채 정식보다 값도 비싸고 음식 맛도 덜한 음식을 투덜거리며 점심을 먹고...

대전까지 친구는 날 데려다 주고 떠났다.
친구가 떠나는 길 뒤로, 4월의 매화꽃도, 봉곡사 솔향도 같이 따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