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눈물 2011. 11. 11. 16:02

 

09/23/2011 09:24 am공개조회수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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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림읽기'의 시각으로 보자면 굉장히 에로틱한 그림이라고 하지요?
옷차림을 보아하니 평범한 여염집 아낙 같은데 뒷짐진 여인의 손에 들린 송낙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스님들이 쓰는 모자, 송낙이지요. 이제나 저제나 담장 아래를 서성이며 송낙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여인.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여인의 시선이 닿는 곳은 우뚝 선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흐드러진 버드나무 둥치.

이 그림이 조선시대 사회에 풀렸을 때 그 파란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기녀도 아닌 여염집 아낙이, 다른 사내도 아닌 불가의 수도승과 저지른 파계. 물론 어느 사회나 사회통념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사랑이란 있는 것이지만, 강력한 유교사회인 조선에서 공공연히 화폭에 드러난 불륜.- 평생 그 신분이 보장된 도화서 화원자리에서 왜 쫓겨나야 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지요. 남여상열지사, 가리고 통제한다고 그리 될 인지상정이겠습니까만.

자신들은 대놓고 처첩을 따로 두고 기방에 들락거리는 양반들의 이중성을 생각하면 기다림에 초조해진 이 여인을 누가 뭐라고 할수 있을까요.

몇 번을 오가는 뜨락.목덜미로 드리워지는 불안, 그리움의 무게.

아무리 짧아도 기다림의 시간만큼 긴 것은 없지요..
그대가 없는 자리만큼 더 넓은 외로움은 또 없습니다.

이 그림은 근적입니다.
창이는 사랑에 대해 늘 비겁했지요. 외숙부 말마따나 줄 위에 선 아기사당신세라 늘 어렵고 조심스럽던 성정이긴 했지만, 먼저 다가오고 먼저 움직인 두 여인들에게 언제나 주춤거리고 수동적이었습니다. 바보같은 김창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