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풍죽도 그림 이야기
한정품국도
소금눈물
2011. 11. 11. 15:47
한정품국도(閒亭品菊圖).
한가로운 가을날 화성의 정취를 그린 단원의 작품입니다.
사실 이 밤은 한가로이 가을 정취를 즐길 여유가 없었지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호를 장종(莊宗)으로, 그 묘소인 현륭원을 융릉으로 격상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추숭작업에 돌입하면서 자신의 왕권도 강화시켜 자신감을 한층 얻은 정조는 화성일대를 자신의 필생의 수도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장중한 장용영의 군사훈련에 친히 동참하면서 조정의 신하들도 모두 원행에 동행시켜 무력을 과시하고 그들의 기를 꺾습니다.
성곽의 맨 꼭대기 정자가 서장대가 아닐까 짐작하는데 (아니라면 지적해주세요) 성곽 꼭대기에서부터 능선을 타고 내려 행궁에 닿는 선이 아름답고 고요합니다.
가을날 정취가 홍엽으로 여무는 산그림자로 더 깊어지고 있네요.
그림이 흐릿하여 국화의 그림자는 찾기 어렵지만 정조와 유달리 가까웠던 조선 최고의 화원 단원도 역시 도화서 최고 책임자로 원행에 함께 따라가서 의궤를 지휘하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주군이 떠난 뒤에 수상한 세월을 겪으면서 다시 화성을 찾았다면 단원의 쓸쓸한 소회가 어떠했을지 혼자 생각에 잠겨봅니다.
풍죽도에서는 저 능선 곳곳에서 횃불을 치켜들고 젊음과 열정을 불태웠던 장용영 병사들의 밤을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