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눈물 2011. 11. 11. 15:40

 

01/10/2011 08:04 pm공개조회수 1 0


 




지난해 봄, 광주미술관 탐매전을 보러 갔다가 한희원작가의 그림에 홀딱 빠졌습니다.
달밤에 핀 매화라는 화제가 수묵의 이미지로만 머리속에 박혔는데 어쩌면 이렇게 굵은 붓터치로도한없이 그윽하고 아름다운 봄밤을 보여주네요.

달빛이 쏟아져 가지를 덮고 가지끝에 요요한 꽃송이 두어점을 만들다 다시 달무리 아래 뻗어가는 가지를 따라 밤 속으로 퍼져가는 달빛...

참으로 아름답고도 그윽하지요.
이 매화는 달빛과 봄밤이 만들어낸 사랑의 노래 같기만 합니다.


창이는 이날 밤, 운정과 절에서 공부하고 있는 헌이를 찾아가다가 운정의 마음을 알게 되지요.
멀리서 그저 바라보던 주인댁 아씨에서, 당돌하고 명랑하면서도 한없이 사랑스러운 운정은 쏟아지는 달빛처럼 그렇게 창이에게 스며듭니다.

교교히 쏟아지는 달빛에 온통 환하게 핀 매화가 꽃사태를 이루면서 눈부신 달밤이 피어납니다.
달빛에 눈이 팔려 미끌어져 다친 운정은 창에게 업혀 고개를 넘지요.

평생 이 밤을 잊지 못하리라며 속삭이던 운정의 목소리가 창이의 남은 생을 그렇게 잡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