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마음
시끄럽고 심술사나운 여의사의 수다만 견디면 그럭저럭 며칠 숨어있어도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아닌가보다.
누군가 이 섬으로 온단다.
사람 사는 섬이니 누구든 가고 오기야 하겠지만 아마도 외지인인가보다.
말 많고 드세기만 한 이 여자, 아연 긴장한 눈치가 역력하다.
존대말을 하는 걸 보니 아직은 스스러운 사이인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놈일까
이 여자, 난리가 났다.
전화를 끊자마자 내 침대로 뛰어올라 방방 뛰고 헤메다 눈에 보이는게 없어졌나보다.
지금 자기가 어디에 올라앉아있는지도 모른다.
잘 하면 나 덮치겠다.
자기 앞에 내가 누워있는지도 안 보이나보다.
아니 지금 완전히 눈에 보이는게 없는 것 같다.
미친 거 아냐 진짜...?
주사기를 담아온 스테인레스 통에 얼굴을 비춰보고 눈꼽을 떼며 호들갑을 떤다.
불시에 내가 찾아가면 유진이도 그럴까.
여자들이 남자 없는데서 이렇게 요란을 떨고 주책을 부리는지 이때껏 몰랐다.
나 어때요?
급기야는 코앞에 고개를 디밀고 헛소리를 한다.
뭐래는 거야;;;;
이뻐요?
미쳤다 이 여자...
떼다 만 눈꼽 고대로 있거든?
코털까지 다 보이거든?
왜 이래 정말 이 여자;;;;
안 이뻐요?
아니 그러니까 남자가 보기에 막 사랑스럽다거나 안아주고 싶다거나 그러지 않아요?
오늘 밥이 이상했나보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거나.
그냥 좀 사람스럽기나 했으면 좋겠네
사랑은 개뿔....
진실은 감당하기엔 언제나 조금 슬프지.
바른 말 했다고 금새 팩 토라져서 삐져버렸다.
이걸 고대로 봐야 하는데 그 자식이.
정신을 못 차려요 정신을.
신발도 제대로 못 챙겨신고 뛰어나갔다.
나한테 놓은 주사는 그거 제대로 된 건가 몰라.
저렇게 정신없는 의사한테 나 오늘 뭔 일 당하는지 모르겠다.
알게 뭐야, 주사라고 하고 뭘 집어넣었는지.
안 낫기만 해봐라.
애인이라도 왔나보죠?
내 참 어이가 없어서.
형도 그렇게 보는 눈이 없어?
애인은 무슨!
애인 있게 생겼냐?
저렇게 팩팩거리기만 하고 덜렁이인 여자를 어떤 정신나간 자식이...
아주 날아가요 날아가.
에이씨... 뭐야.
치료 아직 안 끝난 거 아니었어?
누가 왔다고 저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반가워하냐.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물에다 수다쟁이, 게다가 한마디도 안지는 드센 여자
뭐가 좋다고.
그 자식도 눈이 삐었지.
근데... 어째... 기분이 찝찝하다.
도대체 뭐 하는 자식이야 그 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