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의 얼굴
나 윤미주.
서른한살. 성형외과 의사.
전문의가 된 지는 이제 막 일년 되었지만 그런대로 제법 나를 보고 오는 환자도 있다.
슈바이처가 되고 싶은 꿈은 없지만 내가 믿는 상식대로 살았다고 자부한다.
일주일 꼬박 미친듯이 수술을 하고 그 일주일에 서너번은 야간수술도 해제끼지만
형편은 늘 쪼들린다.
대책없이 남의 일에 마음이 약한 아버지를 둔 탓이다.
누구나에게 훌륭한 사람이란 가족들에겐 별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언제나 이 끔찍한 스케쥴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져볼지 끔찍하다.
하지만 아직은 젊은 나, 이런 것쯤은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다.
돈많은 사모님의 청을 거절 못해서 억지로 나갔던 맞선자리.
성형외과의사를 모욕하는 말에 참지 못하고 와인을 부어버렸다.
생명을 다루지않는 과를 선택한 건 편하게 돈벌려고 해서가 아니다.
너 같은 인간들에게도 참아줄 착한 윤미주가 못된다.
그래도 그 말은 상처였다.
나도 안다.. 이것은 도피다.
그날 이후로 생과 사를 선택하는 일은 나에게 너무 가혹하다.
극복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직시할 용기가 아직은 없다.
드레스를 환불받으러 갔던 날 멀끔하게 생긴 남자를 보았다.
언감생심 뭐 어울리지도 않은 옷이었지만 그런 선물을 해줄 수 있는 애인, 그건 솔직히 부럽다.
거기다가 비주얼도 뭐...
에효... 사람마다 복이 다 따로 있는 거지 뭐.
그 옷을 입고 있는 옆집여자를 보았다.
백화점 쇼윈도우처럼 화려하고 당당해보인다.
몇 개월 할부로 긁고 그마저도 결국 돈으로 바꾸어받으며 온갖 눈치를 봤어야 하는데
저 여자는 <선물>을 받았단다.
정말 이 세상은 불공평하다.!!
훌륭하신 아버지 때문에 나도 성 다른 동생들이 많다.
만삭인 동생 정화를 두고 애비란 자식이 변심했단다.
언니된 이가 그걸 어떻게 보냐,
물고를 내주려고 쫓아갔다가 엄하게 다른 사람의 멱살을 잡아버렸다.
으효효;;;; 그러게 성질 좀 죽이고 살아야지.
껌정양복 입은 오빠들 회식자리에 뛰어들었다가 나 정말 세상 작별하는 줄 알았다.
근데... 어쩐지 이 사람 그리 무섭지가 않다.
아무래도 나 간이 너무 커졌나보다.
맞선자리서 날 열받게 했던 이가 대타였단다.
기분나빠야하는데... 이 남자 생긴 것도 나쁘지 않고 더구나 집이 대따 부자란다.
이 나이에 갑자기 괜찮은 남자들이 밀려든다.
그러게...
이 참에 팔자 좀 고쳐볼까.
바야흐로 내 인생에 봄날이 왔다는 거 아닐까...
속물이래도 좋아, 나 요즘 너무 힘들다.
머릿속에 복잡해진다.
어느날 초인종을 누르고 나타난 남자.
어?
이 사람, 낯설지 않다!!
근데... 제게 무슨 볼 일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