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있지도 않은 남자친구를 팔아서 어제 산 옷을 환불하러 왔다.
윤미주 이게 모니 이게.
나하고 아무 상관없는 돈 많은 사모님 얼굴세워주려고 아주 고생이다 고생.
별 같잖은 인간한테 같잖은 소리도 다 듣고..
도대체 올해 운수는 끝까지 이모양이야.
에효.. 아부지 땅은 언제나 팔리나...
예수님, 제발 대신 좀 사주세요~!
멀끔한 남자가 들어선다.
뭐야. 여자옷가게 오는데도 남자들이 같이 다니냐?
거 좀 왠만하면 어깨힘좀 빼지?
보는 내가 다 목이 뻣뻣하려고 하네.
그래도 뭐... 생긴건 나쁘지 않네.
음 저 정도 견적 나오려면... 눈 괜찮고 코 꽤 괜찮고 옆선 수려하고....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에효.. 나는 언제나 저런 남자가 내 옷사러 이런데 들락거려주시나.
뭐야!
저 남자, 하필 내가 입었던 그 드레스를 골랐다.
무이자할부로 카드 긁으며 가슴 졸여야했던 윤미주.
일시불로 호기롭게 사인하는 남자를 보니 울적해진다.
이 인생도 참...
저 옷 한벌에 도대체 얼마야...
돈도 많다.쯥~
돈만 많은 것도 아닌가보다.
생긴 것도 뭐...혀 깨물고 거짓말하려 해도나쁘다고는 말 못하겠네.
젤 비싼 리본으로 달아서 포장해달란다.
정말 재수없어~!
어떤 여자는 복도 많구나.
얼마나 이쁘길래 저런 남자가 저렇게 비싼 드레스를 척척 사줄까나...
웃;;;;
눈 마주쳤다;;;;
아니 뭐.. 난 이 집 인테리어가 좀 독특해서...
뭐 댁 본 건 아니고요.
왜요!
당신 애인보다 더 이쁘우?
종종 듣는 소리를 뭘 새삼스럽게...
음... 저 눈길은 모냐.
내가 지금 정신없는 여자처럼 보인다는 거?
아니면 말지 뭘 그렇게 멀뚱하게 보시나
사람 민망하게.
그래도...
어떤 여잔지 궁금은 하다.
얼마나 잘났으면...
결국 사가는 구나...
임자가 따로 있었나보네.
그러게 황새 쫓아가다 뱁새 다리찢어진다니까 어울리지 않게 내 주제에 드레스는 무슨..
에효...
그저 돈많고 잘난 것들은 연애도 폼나게 하는구나.
리본값만 해도 차비는 나오겠다.
찬바람이 아주 뼛속으로 부는 구만...
에효...
저만큼 잘 어울리기도 쉽지 않을텐데요..그죠?
안어울릴거야. 보나마나 키도 땅에 닿고 끈도 줄줄 흘러내릴거야.
얼추 맞으니까 사가겠지만 그거 입으면 배 볼쏙 나와보이는데.
그거 입혀놓고 얼마나 후회하시려고..
안어울릴거야 분명히.
누군지 참 좋기는 하겠네.
윤미주 인생에 저런 거 받아입을 때가 오긴 올까나...
카드에 구멍이나 안나면 다행인데...
좋겠다 정말...
아니 드레스 아니라도 저렇게 멀끔한 남자가 내 머리핀이라도 고르러 다니면 황송하겠다.
어딨니 이 짚신아!!
하기야 짚신짝이 짚신이지 비단신이 오겠냐.
울적한 날이군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