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눈물 2011. 11. 10. 21:52







떠날 날을 잡고 하나하나 정리하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동안 옆에서 많이 의지가 되었던 순정씨...
참석하지 못할 결혼식 선물을 미리 해주러 나온 길이었어요.





세연씨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그 사람이... 세상으로 나온답니다.
가석방신청이 받아들여졌다네요.
지루하고 고통스럽던 기다림...
이제 끝인가봐요.
정말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나봐요.

왜 이렇게 약해진걸까요.
기쁜 소식인데... 정말 가슴이 터질 것처럼 기쁜데 자꾸 눈물이 나요.





두꺼운 옥문이 열리면서 그 사람이의 모습이... 보였어요.





차가운 밤공기에 얼어붙은 듯 표정없이 굳은 얼굴...





저 작은 철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오랜 시간을 이렇게 큰 고통을 갖게 한 사람...





무엇을 두고 온 걸까요.
그 사람은 저 시간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그리 혼자 가슴에 다져넣으며 견뎠던 걸까요.





바깥에 도열해섰던 부하들이 일제히 절을 합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겐 달라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든, 무슨 죄를 지었든 내겐 달라요.
그 사람은 "조폭"하강재가 아니라 그냥 내가 너무너무 아팠던 "하강재"니까요.





!





아니지요.
아마도... 부하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세연씨도 태산씨도 있으니까
지금은 내게 아무 말도 못할 거에요.
이 사람은 여전히 바보같아서 남들 앞에서 여자에게 따뜻하게 굴면 남자체면이 깎이는 줄 알아요.
변함없어요. 변함없어서 그런 걸거예요.





자꾸만 나를 비껴가는 저 눈길이 그 사람의 본심은 아니에요.
난 다 알아요.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아픈덴.. 없냐...

따뜻한 사람들의 따뜻한 안부에도





굳은 표정이 풀릴 줄을 몰라요.





아마도 그 시간 탓이겠지요.
자신의 감정을 보이지 못하고 묶여살면서 통제당해야했던 습관이
어쩔 수 없이 경직되게 한 거겠지요.





괜찮아요.
그래도 여기 있으니까. 내 앞에 이렇게 와주었으니까 괜찮아요.





...............





아마도...
그래서일 거라고...
그래서일거라고 나는 알지만요......

다른 사람에겐 그래도 미안한 얼굴이면서 내 얼굴만은 끝내 외면해버리는 그 사람의 마음이
그냥...그래서일거라고 알지만요.......





세상에 나와서 그 사람이 맨 먼저 달려가야했던 곳...





내내 굳어만 있던 그 사람이 가져온 술을 뿌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미안해...
너무 늦게와서 미안해...
형 말 안들어서 미안해.
그렇게 보내서 정말 미안해...





엄상무님에게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죄인입니다.
춥겠다.. 춥겠다 형...
그 모진 시간속에서 그는 얼마나 스스로를 짓이기며 괴로와해야했을까요.
저 사람이 민지를 얼마나 이뻐했는데, 민지에게서 아빠를 잃게하고 어떻게 감당해야했을까요.
가슴이 피멍이 들어서 그는 지금 세상 아무도 보이지 않을거에요.
맨 먼저 달려왔지만 정말은 절대 확인하고 싶지 않았을거예요.





오열하는 그 사람의 곁에서 나도 소리없이 통곡을 했습니다.
엄상무님...
그토록 따뜻하고 다정했던 분...
어쩌면 내가 밉고 싫었을텐데 한번도 내색을 하지 않았었지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사람의 마음을 위해서 그랬겠지만
그렇게 그 사람을 아끼고 돌봐주었는데...

살아남아있는 자체가 죄가 되는 이들...
내 외로움이나 아픔 따위는 저 사람의 절망보다 얼마나 보잘것 없는 사람이었을까요.
고작해야 버림받은 사랑 따위에 지쳐갔던 나보다
혈육보다 가깝고 고마웠던 형을 자신의 목숨대신으로 주어야 했던
저 사람의 죄책감과 어찌 비교를 할 수가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