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연인의 마을

강재의 얼굴(3) - 12회부터 14회까지

소금눈물 2011. 11. 10. 16:03





깡패들에게 몰려 봉변을 당할 뻔한 미주를 구하고
걷잡을 수 없이 화를 내고 돌아오는 길
진수선배에게 들렀습니다.

- 바람이 났지 너.
유진씨에게 들켰냐?

그랬군요...
그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바람>으로 보이고 <들키>는 일로 보이나보군요.

사랑을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한 여자와 함께 8년을 지낸 남자.
무수히 많은 사랑을 했지만 또 그 사랑들이 매번 순간이었던 남자.
어떤 것이 바람인지 글쎄... 잘 모르겠네요.

사랑을 한번도 꿈꾸어보지 못한 남자가 처음으로 시작하는 사랑.
매번 사랑이었던 남자가 새로 시작하는 사랑.

만일 바람이었다면, 여러분은 정말 두 사람 중의 누군가를 탓하실 수 있나요?
왜 강재가 모든 돌을 다 맞아야 하지요?
글쎄요, 저는 둔해서 잘 모르겠군요.





세연에겐 그 많은 방황을 그치고 함께 살 여자를 사랑이라 부르는군요.
강재도 그럴까요?
누군가와 함께 가정을 만드는 것 자체를 거부해온 그는
아직도 그것이 두렵습니다.
그는 세연처럼 당당하게 누군가와 함께 만들 미래를 말하지 못합니다.
버림받은 상처에 대한 두려움일까요.
영원히 혼자이고 말 것이라는 공포, 그리고 익숙해진 체념.
아무도 자신에게 따뜻한 가정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외로움.
저렇게 당당한 세연이 강재는 아마 부러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미래에 자신있게 미주를 말하는 세연 앞에서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세연은 모르는 것이 있었지요.
그렇게 외롭고 스스로가 초라해질 때 무심코 더듬어보는 흉터.
미주가 치료해준 강재의 상처였습니다.
아마 그녀도 몰랐겠지요.
그가 얼마나 깊이 칼날에 찔려버렸는지
그것은 앞으로도 영영 회복될 수는 없는 흉터로 남아버렸다는 것.
하지만 그 흔적이 그가 유일하게 위로를 받고 견디게 하는 강재의 마음이라는 것을요.





제가 지금까지의 회 중 가장 사랑하는 얼굴 Best 3에 드는 얼굴이었습니다.

강재는 사람들에게 치이고 모멸을 당하고 위협에 시달릴 때마다
얼마나 많은 밤들을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견뎠을까요.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그 깊은 상처.
그의 몸에 남은 그녀의 숨결을요.





진짜 죄와벌을 끝까지 읽었다는 말이예요?
읽었죠. 죄 지은 놈이 뻔뻔한 게 마음에 들어서요.

진짜인가 보지요?
무심하게 대답하는 강재씨.
근데 윤선생, 거 참 우리 두목님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삼국지도 안 읽고 읽었다고 뻥을 치면서요.
우리 두목님 무시하지 마세요.
아니 조선시대 그 유명한 황보윤 종사관도 모르는 사람이 다 있을라고 그걸 묻다니요?
저도 몹시 기분나쁩니다!!





미주가 살린 것이 후회되는 쓰레기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랍니다.
미주의 상처가 무엇이었는지 아는 강재.
더 쓰레기가 되면 안되지요.
그 상처를 자신으로 인해 딛고 일어섰는지를 아는 강재가, 그녀가 후회하게 만들면 안되지요.

서로의 상처를 상대를 통해 치유받고 사랑으로 키워나간 두 사람
어떤 난관이 닥쳐도 그 사랑의 힘을 믿고 견뎌주길 기도해요.





보고서 안 쓰고 회사 다니는 법이 뭐냐니. 나 참.. ^^;;
불손하게 물었다가 지식인께서 답을 안 해주실까봐 얼른 고치고
그런 스스로가 대견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우리 두목님
이 귀여운 사람을 어떻게 미워한답니까.

강재씨, 우리 회사로 오세요
까짓 그 보고서 제가 다 써드립니다.
진짜 해줄 거냐구요?
아 왜 이러세요 저도 지식인씨한테 부탁할 줄 압니다. ^^





정말 원치 않던 상황이네요.
유진의 유산을 안 강재가 죄책감과 안스러움으로 유진을 찾아갔습니다.
대게를 먹고 싶어했던 걸 기억한 강재, 유진과 함께 나서다
하필 세연과 함께 오는 미주를 마주쳤습니다.

세연이 이제 저 여자의 집으로 드나드는구나...
드러내놓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복잡한 심경이겠지요.





세연이 신도에까지 갔었답니다.
목사님께 정식으로 인사까지 했다네요.
대접도 잘 받았답니다.





강재는 가슴 속으로 찬 바람이 스쳐갑니다.
신도...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고 아직도 그리움인 곳.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목사님에게 자신은 다만 길 잃은 어린양이었을까.
그래, 사윗감은 아무래도 아니었을게다.
자신이 초라해보이고 어쩐지 가장 소중한 무엇인가를 지금 뺏겨버린 느낌인데
무어라 말 할 수가 없지요.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는 미주의 시선을, 강재는 피해버립니다.





아무도 즐겁지 않은 밤이었습니다.
모두가 상처를 받고 고통스럽습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고 사소한 추억이라도 기억해야 한다고
당신은 나에게 그런 추억이었잖느냐고
왜 나를 모두 비난하느냐고 미주는 가슴이 찢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미주를 바라보는 강재는 이 자리가 견디기 어려운 고문입니다.
술에 취해 흥얼거리는 미주의 노래, 그것이 노래가 아니라 울음임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아야 하는 것,
네 남녀가 모두 피 흘리는 밤이었습니다.





휘청거리는 그녀를 반사적으로 붙잡았습니다.
자신이 아니어야 하는데
왜 그의 몸은 번번히 그의 의지보다 더 빨리 그녀를 기억하고 아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렇게 아파하는데
우리가 정말 무엇이었길래 이토록 고통스러워 해야 하는 걸까.
휘청이는 그녀를 세연에게 맡기고 떠나는 강재.
차는 앞으로 가지만 자꾸만 그의 가슴은 뒤에 남아 미주에게 달려가버립니다.





아니겠지요.
그녀가 세연이와 인사를 드리러 신도에 다녀오고
아기를 잃은 유진에게 자신은 더 나쁜 사람도 될 수 없는데
이젠 정말 아니겠지요.







그녀의 오열이 새어나오는데
강재는 자꾸 가슴이 떨립니다.
머리는 텅 빈 것처럼, 앞으로 무엇이 되든 그냥 살아지자, 그렇게 한 세상 건너가자 생각했는데
자꾸만 몸이 떨려옵니다...
세상 어떤 곳에서 심장을 찢긴 작은 새 하나가 자기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절제와 주춤거림을 좋아하는 제 취향으로서는 극단적으로 몰아부친 상황 같아서 이 상황 자체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강재의 얼굴 표정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장면입니다.
어떻게 이 얼굴을, 이토록 가슴아프고 처연한 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랑은 원래 천 개의 눈과 백 개의 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그가 보이고 어디에 있든 그 마음이 달려가버렵니다.
사랑의 주인은 결코 그 의지가 아닙니다.
몸은 언제나 마음을 배반하고 그 마음 역시 주인은 상대방의 것이 되어버리지요.

어쩌나 이 사람.
이미 어디서나 그 여자의 아픈 모습을 발견하고 마는 것을.





여자와 세상 둘 다 구원하는 수퍼맨은 못 된다던 강재씨.
세상은 몰라도 미주씨는 언제나 구해주시는 수퍼맨이시군요.
꽉 막힌 도로에서 시동이 꺼져버려 동동거리는 그녀의 차를 진수형네로 데려왔습니다.

레이싱걸을 할 착한 몸매는 되지만 추워서 곤란하다는 미주씨.

에유 일년 내내 겨울이어야 하는 건데...

미주씨 눈초리가 사뭇 맵군요.
아 글쎄 이 사람들 싸우는 건 싸움이 아니라니까요.
그거 다 알아요 사람들.
뻔뻔하게 감추지도 못하는 사랑싸움.

강재가 이토록 편안한 웃음을 보이는 여자는 미주가 유일하네요.
그를 웃게 만들고 농담하게 만들고 그리고 그를 울리는 사람이기도 하네요 미주씨는.





나 좋아합니까?
하나님 앞에서는 거짓말 안한다면서요
나, 좋아합니까?

도무지 꾸밀 줄도 모르고 돌아갈 줄도 모르는 강재.
그런 강재라도 이렇게 느닷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던져올 줄은 미주씨도 미처 몰랐겠지요.
호명과 고백, 이들에게 그것은 지금까지 금기의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이 곳은 그들이 그토록 고통스럽고 상처받았던 다른 세상이 아니라
바로 신도, 그들이 허락받고 행복을 꿈꿀 수 있는 그들의 공간이었으니까요.

하나님 앞에서 말해주세요.
다른 누구 앞에서 하는 말은 나는 믿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 내게 하는 말, 그것도 나는 믿지 않겠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말해 주세요.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 사람인지 생각지 말고.

나, 좋아합니까...

그 대답을 오늘 밤 미주씨는 어떻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