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만 나쁜 놈입니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를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자기 동생을 망친 놈이라고 다짜고짜 뛰어들어와 멱살을 잡던 무서운 언니.
그녀의 손이 이렇게 오랫동안 나를 잡고 흔들 줄은 정말 몰랐지요.
거친 싸움을 처음 보았을 그녀.
제가 그날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은 내 배에서 솓는 피에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소리지르던 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 몰래 땅을 팔겠다고 거래를 하자던 철딱서니 없는 아가씨인줄 알았는데...
다 큰 남자 몸에 거침없이 이렇게 다가올 줄몰랐습니다.
왜 그렇게 바보처럼 떨리고 당황스럽던지.
내 가슴이 그렇게나 쿵쿵대고 시끄러웠는데 이 둔한 여자는 그것도 몰랐습니다.
세상은 날 더러 개라 합니다.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맞는 말이었으니까요.
처음으로... 세상에 하나님이라는 분이 있을까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오래 나를 춥게 한 분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눈빛으로 누군가 나를 보아주리라고 알았다면
그랬다면 내 길은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겠지요...
역시나 저 같은 놈은 그런 눈빛이 어울리지 못하는 놈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는 꼬라지가 딱 맞을 개새끼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수십번이나 익숙하게 들어온 저 말이
누군가의 앞에서는 그렇게 치욕적이고 고통스런 말이 될 줄
왜 몰랐을까요.
정말.. 세상에서 단 한사람 누군가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말...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미친놈입니다.
압니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떨려올까요.
누군가 내게 까닭을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제발 정신차리라고
머리를 후려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침소리가 내내 걸렸습니다.
의사라면서 바보처럼 제 몸 하나 간수 못하고 밤거리를 헤메다
또 늦는 모양입니다.
정말 대책없이 바보같은 여잡니다.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된다는 것,
기억하고 인사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것...
나도 모르게 자꾸 그녀의 그림자를 찾고
그녀가 내게 웃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다가가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지만
이제 제 마음이 제 말을 안들어요
반짝이는 그녀를 보면
나는 나를 잊고 맙니다.
내가 어떤 놈인지 자꾸 잊어버립니다.
아닙니다.
오늘까지만입니다.
오늘까지만 나는 나쁜새끼니까...
그러니까... 더 감추지 못하고 참지 못했다고 뭐라고 해도
오늘까지만이니까...
그러니까요 하나님.
당신은 당신이 잃어버린 양을 잠깐만 눈을 감아주십시오.
당신이 잃어버린 양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테니
오늘은 제가 저지르는 짓을
그녀가 흘리는 눈물로 잊어주십시오.
냉정한 당신이 나를 잊은 동안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아파했으니
오늘은 저를 잊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