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연인의 마을

여백의 미가 아쉬운고다.

소금눈물 2011. 11. 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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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 말야...
그래 어제 그런 설정도 뭐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취향대로라면 쪼큼 아쉬웠어.
안그래도 내가 약간 매저키스트 기질이 있나 하고 성적취향을 살짝 의심해보는 중인데 말이지.

나는 슬픔이나 기쁨이나 오나전 100% 다 보이면서 발산하는 거 살짝 아닌고다.
비껴가고 스쳐가고 감추고- 그러면서도 다 가리지를 못해서 자기도 모르게 억눌렀다 터지는 그런 감정들 말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은근한 정서를 더 좋아하는고다.

일단,
우연이 너무 잦은고다.
미주와 강재는 늘 너무 쉽게 만나져.
그래 뭐, 애인 옆집 사니까 그 동네서 만날 수 있어.
따지러갔으니까 호텔로비서 부딪칠 수 있어.
게다가 회사도 같은 건물이니 아침저녁으로 부딪기 십상이지.
헌데 말야.. 조큼 심한고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서 항상 만나고, 발견하고, 알아차리고, 하다못해는 정거장에서 주저앉아있는 것도 만나져.
작정하고 찾아간 경우는 당연히 만난다쳐도 말이지.

세연이가 연애질하자 할 때, 그렇게 오래 빤히 쳐다보고 주고받는 말 다 듣고, 하다못해는 전화목소리까지 완전 공유야 -_-;
강재가 미주네 집을 쳐다보던 씬에서는 아주 좋았어.
그런데 어제 마주침은 좀 그렇더라구.
미주가 세연이랑 조잘대는 건 강재가 스치면서 혼자 보고 묵묵히 돌아서는 거. - 그 정도가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몸보다 먼저 가 버렸지만 그럼에도 아니다, 저 사람은 차마 아니다 돌아서자.. 이런 마음으로 괴로와하는 강재를 보여주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모델하우스 오픈식에서도 좀 그렇더라구.
신입으로 들어간 강재가 시난고난 고생하면서 일하는 모습, 미주가 세연이 따라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그 두사람이 눈길을 비껴가며 서로의 감정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억압하는 거 -
그런 모습이 더 절절하지 않았을까?

다 보이잖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서로에 대한 열정을 그런식으로 다 꺼내보이고 마음껏 괴로와하고 마음껏 좋아하는거- 세연이가 기어코 그 말까지 하게 하는 건 나에겐 사실 조큼 그랬어.

만일 모델하우스에서 그렇게 서로를 외면하면서 억지로 감정을 감추고 돌아섰다면
나중에 산이의 전화로 뛰어와 미주에게 소리칠때 감정이 더 크게 폭발하지 않았을까, 그 애절함이 더 크게 닿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고다.

미주가 강재의 삼실로 와서 몰래 기웃대는 모습도 사실 좀 현실성이 없긴 하지.
내가 아는 의사들은 진료팽개치고 일하는 다른 삼실에 가운 입고 내려가서 그러는 거, 아마 심히 곤란해할걸..

예컨대
조금 더 감추고 조금 더 주춤대고, 조금 더 도망치면
상대적으로 울림이 더 큰 비련으로 설득될거 같애.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지만, 어떤 고함소리보다 더 크게 그 소리가 가슴을 울리던 다모를 생각하면 더 그래.
사랑은 애초에 감춘다고 감춰지는게 아니지.
그리고 이 연인들은 애초에 감출 마음도 감출 능력도 없는고다.
너무 솔직해 스스로들에게.
근데 상황까지 너무 적나라하게 우연을 자주하면 그들은 절절한데 시청자인 나는 오히려 반걸음쯤 물러나지게 되더라구.
내가 안타까워야 하는데 그들이 너무 안타까워하니까 내 감정이 굳이 필요하진 않는 거.

드라마 두어회만 되면 다짜고짜 키스부터 하고, 우리 제발 사랑하게 해주세요~ 난리치는 다른 드라마처럼 안되어서 좋았어.
나는 원체가 정서가 비극버전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그런 스킨쉽보다는 그 선까지 닿아가는 떨림이 더 감동적이더라구.
그니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감동이 스밀 수 있는 여백의 미가 아쉽다는 거지.

적절히 절제해주었으면 그들이 정작 감정을 폭발시킬때 파장이 몇 배나 더 컸을거라고 생각해.

그 씬에서 나오는 <고해>음악도 거듭 되풀이 되면 울림이 크지 못하는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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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사랑을 눈치채버렸고 상대에게 숨김없이 다 보이고 말았어.
하지만 이 불운한 사랑은 너무 늦게 찾아왔고 그들은 상대에게 다가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야.
강재가 유진에게 만들어준 트리, 생애 처음 트리를 만들면서 알았던 따뜻함, 행복,, 이런 것을 강재는 유진과 공유하지 않지. 그냥 혼자 만들어 보여준고다.
내 생각엔 미주의 집이었다면 강재는 둘이 만들지 혼자서 만들지는 않았을거야.
강재가 유진의 집에 트리를 만들면서 신도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래, 여기까지다... 어쩔 수 없다 체념하면서 강재는 그렇게 유진의 집을 나왔을거야.
연근이와 별개로 자신이 정작 꿈꾸는 사랑은 태어나긴 했지만 더는 키울 수 없다는 슬픔을 감추면서 말야.
어쩌면 연민이든지 의무감이든지...그런 걸로 유진을 받아들일 마음이었을거야.

그때 만난 세연과 미주.
저 위 마음이었다면 그대로 돌아서서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자기 심장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면서도 돌아서는게 훨씬 더 깊은 마음이었을거 같어.

미주도 그래.
아이들때문에 돌 지경인 강재를 구출해주고는 딱 거기쯤에서 -
그냥 초콜렛을 전해주면서 거기까지.-
풍선불며 행복해하는 모습까지 남김없이 세연이에게 다 보이는 거..내겐 살짝 에러였던게야 -_-;
(취향이 별나다고 했잖오. 태클반사~!)

자신에게 몸은 온다지만 마음은 올 수 없는 미주의 모습을, 세연이 묵묵하게 보는게 더 아프지, "그런 눈길로 보면~ "운운하기까지 하는 건 시청자가 감동하고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을 그들이 먼저 가서 다 메워버리는 기분.. 그런거.- 아 참 말이 가난해서 어떻게 딱히 설명을 해야할지 -_-;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필사적으로 감추던 마음이,
미주가 깡패에게 맞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여지없이 와장창 무너지면서 강재가 반응하고
미주에게 그렇게 폭발시켰다면...

아마 어젯밤 정말 잠은 못잤겠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열광한 장면들이 그런 여백들 아니었나?
미주의 문소리에 정신번쩍 들어하는 강재의 말. 그 감정을 실은 말을 주절주절 다 하지 않지만 우리는 벌써 다 아는 거지.
군밤..맛있었어요? 할때 그 군밤은 그들의 비밀스런 기억의 현현이라는 거 우리는 또 아는고다.
그런 은근함. 그들이 발자국을 주춤거릴때 우리는 벌써 열댓걸음 담박질해 나가서 행복하게 기다리는 거.
그런 여백의 힘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