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찾아갔다.
원장님이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몰랐을거야.
어쩐지 이력서를 들고 갔을때 얼굴도 안 보여주더니 그렇게 급하게 오라고 할때 이상하다 생각은 했어.
급한 마음에 취직하게 된 것만 기뻤지 뒤에 두목이 있었을 줄이야 어떻게 짐작했겠어?
그런데 어쩐지 취직인사는 핑계인 것만 같다.
나도 무안해죽겠는데 이 사람, 뚱한 이 표정은 뭐야.
잘 못 왔나 역시...
앗!...
흠 흠.. 아무렇지 않아. 아무렇지 않아.
네 나이가 몇 살인데 움찔할 건 뭐야.
저기...
무슨 말을 하긴 해야는데 입이 잘 안 떨어진다.
무슨 사람이 호텔이 집이냐. 집 잘 꾸몄다고 칭찬도 할 수 없는 거 아냐.
깡패가 취직시켜주었다고 자존심 상하면 때려치란다.
쳇! 먼저 당해버렸다.
그래, 당신이 취직시켜주었다고 내가 감지덕지할 줄 알았냐!
취직은 취직이고 얄짤없어! 경매나 풀어!... 하려고 했는데.
그래. 고마운 건 고마운거지.
아버지 짐도 한 숨 덜었고 동생들 생활비 걱정도 안하게 되었으니.
아이그 두목 체면이란.
고맙다고 하면 어 그래, 아니면 뭐 괜찮아요. 뭐 이런 인사 쫌 하면 안되나?
비싯 웃음이 나오려다 삼킨다.
그러고보면 웃음이 참 어려운 사람이구나...
알까 이 사람은.
이렇게 슬쩍 보이는 미소가 참 이쁜 거.
그거 이쁜데 왜 이렇게 힘들게 웃는 걸까.
그림지우기 전문으로 나섰으니까 뭐 두목님도 생각 있으면 오시라구요.
한 오천원쯤 깎아줄 지 몰라요.
뭐요? 오천원이 뭐냐구요?
여보세요! 그거 그냥 벌리는 돈 아니라구요!
오천원이면 군밤이 한 봉지예요!
이건 뭐.. 저 없을때 저혈당 떨어지면 쓰라구요.
괜히 핑계 대고 시도때도 없이 먹으면... 알죠?
엄상무님도 있고 산이총각도 있고..그리고 뭐 잘 챙겨줄 사람이 또 있겠지만...
뭐야 혼자 떠드는 사람 무안하게 대꾸도 없어.
근데 어쩐지..마음 한쪽이 자꾸 따뜻해진다.
이렇게 말도 없는 사람과 마주 앉아 나 혼자 종알종알 떠들면서
조그만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자꾸 따뜻해지는 건 왜일까.
아지랭이처럼 누군가 나를 자꾸 간질이는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