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세연
처음이다.
내 손을 이렇게 받쳐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준 것이.
크지도 않은 여자의 손이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다.
내가 잡았던 그 많은 밤들의 손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상하다.
가슴 저 아래서 툭,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픈 것은 손이었는데 가슴이 더워진다.
- 이제 좀 괜찮아요?
아, 나를 걱정하는구나.
싸움도 못하면서 주먹을 쓴다고.
정말 아픈 것은 손이 아니라고, 하마터면 떼를 쓸 뻔 했다.
- 아 그러게 왜 보고 있어요?
남자는 여자가 보고 있으면 수퍼맨이 된다구요.
당신이 그렇게 서 있으면 나는 정말로 다른 남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리석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 누구랑 반대네..
누구, 아 하강재.
또 너냐.
지금 이 여자는 나를 보고 강재의 전화번호를 묻는다.
하강재, 너는 번번히 나보다 먼저 내 자리를 뺏어간다.
왜 하필 너냐.
언제나 네 자식의 그림자를 뒤늦게 쫓아다니고 있는 이수모를 이제 이 여자의 앞에서까지
느껴야 하겠니
그래 이 인연을 누가 만들어주었든 끝에 웃는 자가 진짜지.
길에 떨어진, 아무도 안 쳐다보는 동전 같은 자식.
너!!
하강재!
언제나 원치 않는 내 자리에 먼저 와 있는 네 녀석!
그렇게 해맑은 얼굴로 조금 미안해하며, 하지만 반가움을 숨기지도 못하는 이 바보같은 여자.
어딘가에서 덜커덕 부서진다.
일부러 그랬다.
네 똘마니 치우라고-
유치한 소리였다. 나도 안다.
네가 아무리 번듯한 옷을 걸치고 서 있어도 네 근본은 어쩔 수 없는 양아치새끼라고 떠벌이고 싶었다.
그 여자 앞에서.
그런데 이 여자, 내 찢어진 속은 까맣게 모르고 허둥거린다.
-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래. 이 말을 또 어디선가 나는 들었다.
유진이도 그랬지. 미안해, 미안해오빠...
그리고 강재였다.
내가 아니고.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데.
언제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