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완결소설- 늦은 비
26.
소금눈물
2011. 11. 10. 14:30
그것이 시작이었을까.
사랑의 시작이었을까.
사랑이라 이름해도 좋은 것일까.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었다. 영이를 보면 먼저 명치께가 아련히 저려오고 눈물이 났던 것이.
그 아이가 매고 있는 검자주빛 리본을 볼 때마다, 그 보드라운 끈이 한없이 풀려들어와 자신을 묶어버리는 듯한 착각을 느끼던 것이.
연민이라고 생각했었다.
헤어질지 모르는 불안이라고 생각했었다. 둘로 나뉘어 질 수 없는 하나의 가슴뼈처럼 어린 시절을 같이 지내온 오누이가, 불시에 다른 이에 의해 찢겨질 지 모른다고 느꼈던 공포, 두려움 그것이 가져온 한없는 연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느 결에 창의 곁에 서 있는 영은, 어린 누이만은 아니었다.
등에 엎혀서 눈물을 지우고 잠이 들던 아이가 아니었다. 금시라도 웃음을 터뜨릴것처럼 눈가가 부드럽게 쳐지던 영은 어느 날부턴가 창을 똑바로 보지 못했고, 창에게로 걸려오는 여자동기생들의 전화에 민감해졌다.
창이, 뒷태가 달라지는 영의 변화에 당황해 했듯이 영도 창의 눈길에 수줍게 미소를 짓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그들이 그 사실을 알아챘던, 그렇지 못했던 그들은 몸과 더불어 마음도 자라 있었다. 서로를 향해 뻗기 시작한 손을 미쳐 그들 스스로가 알아보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한없이 부드럽고도 날카로운 빛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영의 입술은 무엇을 의미했던가.
마주 떨리던 창의 입술은 또 무엇을 의미했던가.
미쳐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뿌리내렸던 나무가 처음으로 몸을 드러냈던 것일까.
이제 제 몫을 요구하기 시작한 소리는 서로가 확인을 해주기를, 제 이름을 온전히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은 밤새도록 창의 곁을 지켰다.
몇번을 깨었다 다시 잠이 들면서, 창은 자신의 이마를 짚는 따뜻한 손길을 느꼈고, 간간히 가슴에 기대어 우는 소리도 들은 것 같았다.
손가락을 얽는구나...영이의 손이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구나...그런 생각도 들은 것 같았다.
창의 손을 가져다 대는 가슴이 부드럽고 포근했다.
어머니의 것 같구나....내가 아파서 영이 우는구나...영이를 참 아프게 했구나 내가...
혼곤이 오가는 꿈속에서 간간 창은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