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놀다
히메지 성
소금눈물
2011. 11. 9. 22:50

성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해잡니다.


어떤 장군의 장녀가 요 성에서 살았는데 그 장녀를 맞아들인 이가 그 며누리를 위해서 지어주었다네요. (먼소린지 통;;;)

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회벽을 칠한 성은 아름답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이라네요.
뭐 그렇게까지 지켜줄 인류유산이라고는 생각 안들고 -.-;;


하얀 회벽에 검은 나무창살. 거기에 금칠을 한 모습이 자못 현대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지요?



히메지 성은 백로의 성이라고도 불린답니다.
이 모습만으로도 깨끗하고 화사한 공주(히메)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르는데 여기에 벚꽃이 가득 필 때면 그 모습은 얼마나 이쁠까요.
자못 여성적인 성이네요.
그런데 그건 겉모습이고, 성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는 모습은 이렇게 고운 모습의 성안에서 병장기를 두고 외부의 침입에 대비해서 저렇게 벽에 뚫은 구멍을 보면 슬쩍 음험한 기운이 도는게...
한번도 무너진 적이 없다는데, 사실 깎아지른 절벽의 성벽이나 저런 벽을 보면 내부의 분란이 아니고 외침으로 성이 넘어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고향 부여에는 바닥의 보도블럭이나 다리난간에 백제 산수문전이나 연화문 와당이 아로새겨 있지요.
먼 일본에 와서 백제와당의 흔적을 보고 있습니다.

성안의 물길 같은데 기와로 빼곡히 채워놓았네요.
왜 그랬을까?

전시에는 소금과 곡식을 저장하던 곳이랍니다.
전시.. 장병기. 내부반란자를 처단하던 우물..
성의 겉모습과 달리 내부의 공간들에는 피냄새가 적지 않습니다.

외부침입자를 지키던 성벽의 구멍.
실제로는 아주 작습니다.




성안의 우물도 보이네요.
요 우물은 아닌데 무서운 전설 하나가 있는 우물이 있습니다.
성에서 반란이 있었다네요.
그런데 그 반란의 기미를 성주의 하녀가 눈치를 채서 밀고하는 바람에 들통이 나고 그 일족은 몰살을 했습니다.
그 반란을 도모했던 장군쪽에서 그 하녀에게 원한을 품고, 대대로 내려오던 성주의 보물인 접시를 그 하녀에가 훔쳐갔다는 모함을 했지요.
하녀의 짐에서 그 접시가 나오고 성주는 하녀의 목을 치고는 시체를 우물에 던져넣었답니다.
으으 ;;; 저렇게 이쁜 성에서 저런 전설이..
성의 어느 귀퉁이에는 처형과 할복을 하던 장소도 있다는데, 거긴 못찍었습니다. ^^;;





아름다운 성의 모습들.
그런데...이렇게 아름다운 성을 보면서 마음 한쪽이 자꾸 무거워집니다.
남의 나라 궁궐, 정전을 아작을 내버리고, 정궁에 말이며 호랑이며 풀어놓아 똥칠을 해놓고 궁궐마당 돌까지 다 뜯어가면서 궁궐을 허물어버리고는 이 신발넘들은 지들 것은 세계문화유산이라고 지정을 받다니.
- 게다가 단지 성 한채뿐인데 이것들 틀림없이 돈으로 로비해서 받았을거야.
궁시렁궁시렁 하며 돌아봅니다.
우리의 궁궐들.. 쓸쓸하게 퇴락해가는 우리 유산이 마음 아프네요.

우리는 오방색 단청을 쓰는데 얘네들은 금칠 은칠을 좋아하나봅니다.


성의 안쪽.
큰 배의 안쪽 내부 같지요?
이런 성의 아래쪽에는 병사들이 총칼들고 왔다갔다 하고 꼭대기서는 귀족과 장군이 살고.. 이런 방과 복도를 빙빙 돌아 올라가며 꼭대기인 천수각에 올라갑니다.
반란이 생기면 딱 자살할 수 밖에 없겠다. 도망도 못가고.. 딱 그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무지 컴컴한데 등불을 어떻게 썼을까.
저 나무기둥들에 불나면 끝장이겠다 요딴 생각만 들고.
바닥이 맨질맨질합니다.
(불나면 자알 타겠다~ 요런 심뽀만 자꾸 ㅜ.ㅡ)

위에서 내려다보는 성 마당.

성주의 문장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조총과 칼, 왜군의 모습도 진열되었는데 저 칼끝을 보니 몸서리가 쳐집니다.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같지요? ^^;;


꼭대기 천수각입니다.
머 별것도 아니네. 건물 하나 이쁜 것 밖에.. 그런 생각도 스쳐가고.
마음 한쪽도 자꾸 쓰리고...

원래 이곳에 살던 지신(地神)전을 성을 지으면서 밖으로 몰아내었다가 신의 노여움을 살까봐 다시 성안으로 끌어들여와서 이렇게 두었답니다.
여기서 절을 하면서 돈을 바치기도 하더군요.

다시 내려옵니다. ^^;

다시 돌아보는 히메지 성.
이쁜 모습 안에 무서운 이야기와 병장기들의 무기고를 갖고 있던 성...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