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어서는 것을 보았는지 창가에 앉아있던 남자가 손을 번쩍 들며 일어났다.
크지 않은 키에 깡마른 얼굴이었지만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설픈 웃음을 지으며 다가갔다.
한눈에도 김 인섭이라는 걸 금방 알아볼 수가 있었다.
한 학년에 백 이 십여 명이 전부인 작은 학교에서 육 년을 복닥거리다 보면 특별히 친하지 않아도 얼굴은 다 알기 마련이었다.
얼굴 살이 없어 좀 선병질적인 느낌을 주는 것 외엔 눈썹이 진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것이 정말 여전한 모습이었다.
"정말 오랜만이네"
"너 하나도 안 변했다"
내가 내미는 손을 마주 잡으며 씩 웃었다.
차고 딱딱한 손이었다.
"그럼 내가 예전에도 이렇게 삭았단 말야?"
인섭은 하하 웃으며 의자를 권했다.
겨울 저녁의 찻집은 조용했다.
구석에서 어깨를 맞대고 소근거리는 어린 연인 커플과 검은 점퍼를 입은 남자가 쉴 새 없이 휴대전화로 어딘가에 전화를 하느라고 떠드는 것 말고는 우리뿐이었다.
전화로 주고받은 사연으로는 여기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번화가도 아닌 좁은 주택가 골목이었는데 이런 찻집을 알고 있는 인섭이 신기했다.
어수선한 인사를 하고 둘은 잠깐 침묵했다.
차를 마시는 척 서로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탐색했다.
볼이 붉고 눈가가 환했을 초등학교 동창의 어린 얼굴은 입가에 주름이 생기고 어깨뼈가 단단해 보이는 삼십대 남자로 변해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잠깐 머뭇거리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금새 담배를 꺼내어 피우는 모습이 정말 오랜 시간이 흘러갔음을 실감나게 했다.
"결혼은 했다고 했고, 직장이 뭐 하는 데야?"
"그냥 이 것 저 것 해.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하고 밤에는 피시방 부업도 하고"
"너 재벌이다"
" 재벌은 뭐. 그냥 와이프가 하는 건데 밤에 잠깐 나가서 앉아 있는 거지"
다시 침묵이 건너왔다.
나도 말을 끊고 내 온 커피를 홀짝거렸다.
구석의 어린 연인은 가방들을 챙겨 일어섰다.
내내 전화질을 하던 검은 점퍼도 곧바로 따라 일어났다.
문에 매달아 놓은 종이 딸랑거리다 잦아들고 다시 찻집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파란 줄무늬 에이프런을 두른 종업원은 카운터에 앉아 작은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물 끓는 소리가 자락자락 났다.
소금눈물
2011. 11. 9.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