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놀다
영은사
소금눈물
2011. 11. 9. 15:48

이번에 들른 곳은 영은사입니다.
항주에서도 가장 오래된 절로 소림사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졌다네요.
동진시대에 창건되었다는데 우리나라 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군요.
우리나라 고찰들이 고즈넉하고 담담하다면, 중국의 절은 어딘지 흥겹고 민중들의 삶과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티끌 하나 없이 말끔해보이는 일본의 절과는 아주 달랐어요.

관광객이 굉장히 많지요?
오며가며 눈여겨보는데, 항주미인들이란 말이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싶은 것이, 뛰어난 미색들은 보이지 않는데 몸매가 가늘고 날씬해요.
차 때문에 그렇다고들 하더군요.

입구에서 만난 석탑입니다.
탑신부가 대체로 무게감 있게 둔중한데 비해 옥개석은 도드라지지 않네요.

영은사에 가려면 비래봉이라는 작은 산을 넘어야 합니다.
그런데 동굴을 파서 바로 가로질러 갈 수가 있지요.
그 산 구석구석 불상들이 삼백 몇 십개가 있다는데 다 찾은 이가 없다고 하니 숫자가 정확하긴 한 지..^^;
이 부처넘의 발가락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만진다는데, 저도 한번 팔을 뻗어보았는데 팔이 짧아서 닿지를 않습니다 ㅠㅠ
역시 부자가 될 팔자는 아닌가 보네요.

부처님은 우리나라의 불상과는 많이 달라요.
간다라미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듯 했어요.

이 동굴은 용홍동이라 하는데 천장이 이렇게 뚫려있더군요.
비래봉은 금방 지나갑니다.
이 산이 천축국에서 날아왔다고 비래봉이라 하였답니다.

빠져나가면서 바로 만나는 영은사.

편액은 강희제의 친필이랍니다.
청나라 강희제가 이 곳에 와서 친필로 절이름을 써주려 했는데, 마침 술에 취했던 황제는 영은사의 靈자를 쓰려다가 그만 雨자를 너무 크게 쓰는 바람에 아래에 더 쓸 공간이 없었대요. 곤란했던 강희제는 기지를 발휘해서, 비안개가 자욱하고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우니 가히 운림의 경지다 하여 운림선사로 쓰기를 마치니 靈자를 雲자로 바꾸어 운림선사가 되었답니다. ^^

스님들 모습이예요.

영은사의 사천왕상입니다.
굉장히 화려한 칠이지요?

사천왕은 각각 한 가지 신물들을 갖고 있는데, 줄이 없는 악기와 칼날이 (칼집인가? 긁적긁적;;) 없는 칼 등- 모두 하나씩의 사연과 의미를 갖고 있다는데- 원체가 시간이 오래 흘렀고 다 까먹어서 기억이 안납니다. ㅠㅠ
사천왕은 저렇게 한 쪽 다리를 들고 있는데요.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어려서 집안이 워낙 가난하여 절에서 자랐답니다.
어린 주원장에게 맡겨진 일은 사천왕상을 청소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들 크고 높으니 일하기가 귀찮아진 주원장이 빗자루로 사천왕을 툭툭 치면서, " 발 좀 들어봐~!!" 명령을 했답니다.
사천왕은 어린 동자승의 호기가 어이없기도 하고, 보아하니 이 인물이 범상치 않은 고로 얼결에 그 말을 듣고 한 쪽 다리를 들어주었는데, 청소를 다 마친 주원장이 그만 발을 내려도 좋다는 말을 하지 않고 휭 하니 가버려서 발을 내리지 못한 사천왕은 아직도 저렇게 그 말을 기다리며 들고 있답니다. ^^

구경 좀 해봅시다.
영은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신라시대 김교각 스님의 동상도 있다고 하고, 세계문화유산인 닫집도 있다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뭐 우리나라 절도 잘 모르는데요 ㅜㅜ



마침 중추절이어서, 복을 빌던 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불이 옷에 붙으면 큰일이니까 무조건 조심하라는 주의를 단단히 듣고요.


금칠을 한 부처님.
광배장식이 호화롭지요?
주련의 글씨나 부처님의 머리 색깔이 독특합니다.

좌우에 모셔진 나한상.

정말 대단한 조각이었어요.
이게 다 나무인데 어찌나 정교하고 아득하게 높은지.
까마득한 천장까지 촘촘하게 새겨진 목조조각이 굉장히 섬세합니다.


중앙에 앉아계신 분이 김교각 스님이시랍니다.


이 곳에 들어서 자기 나이 만큼 발걸음을 떼고 고개를 들어 맨 처음 딱 보이는 조각상을 찾으면 자신의 전생이 보인다네요.
열심히 걸어서 찾아보았는데, 근데 그 분들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를 모르므로 무효~ -_-;

세게문화유산이랍니다.
관세음보살님이신데 중국의 4대명산인 보타산, 오대산, 구화산, 아미산을 관장하신답니다.

지붕처마선이 날렵하고 하늘로 치솟는 게 역시 우리나라의 은근한 처마선과는 확연히 다르지요?
큰 눈과 비가 없으니 저런 지붕선이 가능했겠어요.

나오면서 -
아는 만큼 보인다 했지만, 역시 문화재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으니 이젠 뭐 시큰둥해집니다.
아 배고파..
밥 먹으러 가야지요?
그 유명하다는 동파육 얘길 제가 안했지요?
그거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