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밑줄긋기
사람vs 사람
소금눈물
2011. 11. 7. 22:26
내가 하면 차선변경이고 네가 하면 끼어들기다. 그래서 동일한 물리적 상황에서도 '내 현실'과 '네 현실'은 다르게 인식된다. 사람마다 현실감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물론 이런 종류의 현실감각이 운전할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이런 현실감각의 한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주관적으로 '나의 현실감각'이란 늘 공정하고 객관적이다. 나의 현실감각과 어긋나는 현실은 이미 현실이 아니다. 무시해도 좋은 마이너리티거나 불가해한 예외적 상황일 뿐이다. 무엇보다 먹거리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옷가지에 많은 돈을 들이는 사람의 태도는 정신 나간 '비현실적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는 하룻밤에 아파트 한 채 값을 기꺼이 지불하면서도 몇십 년째 구두 한 켤레로 근검절약을 실천하는 재벌 회장은 이면지를 활용하지 않는 부하 직원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자기 마음을 편케 하기 위한 심리적 균형행위를 엄정한 현실이라고 착각한다. 물을 절약하기 위해 변기 속에 벽돌을 집어두고 썼다는 한 독재자는 천문학적인 통치자금(?)조성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감이 없다'는 게 별거 아니다. 다른 현실이란 있을 수 없고 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만 현실이라고 우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현실감각을 잃게 된다. 현실감각을 유지하려면 타인의 행위 뒤의 동기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현상적 시각이 필요하다.내가 보고 싶은 상황만 보지 말고 나와 타인의 전체적 현실을 동시에 인식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문제다.
p.63
정혜신. <개마고원>
나는 스스로 어느정도 상식적이고 도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또 지독한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는 모순적인 인간이라는 건 솔직히 인정한다. 내 자신의 행동이나 판단에 대해서 비교적 공정하게 '차선변경'의 경우와 '끼어들기'의 경우를 인정한다는 뜻이다.물론 이런 말 조차 어이없는 오만이나 착각일 수 있다는 것까지. 모순인 줄 알면서 모순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스스로의 모순 뿐 아니고 다른 이의 모순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걔네들도 이런 생각을 하겠지?
그러고보면,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주관적으로 '나의 현실감각'이란 늘 공정하고 객관적이다. 나의 현실감각과 어긋나는 현실은 이미 현실이 아니다. 무시해도 좋은 마이너리티거나 불가해한 예외적 상황일 뿐이다. 무엇보다 먹거리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옷가지에 많은 돈을 들이는 사람의 태도는 정신 나간 '비현실적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는 하룻밤에 아파트 한 채 값을 기꺼이 지불하면서도 몇십 년째 구두 한 켤레로 근검절약을 실천하는 재벌 회장은 이면지를 활용하지 않는 부하 직원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자기 마음을 편케 하기 위한 심리적 균형행위를 엄정한 현실이라고 착각한다. 물을 절약하기 위해 변기 속에 벽돌을 집어두고 썼다는 한 독재자는 천문학적인 통치자금(?)조성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감이 없다'는 게 별거 아니다. 다른 현실이란 있을 수 없고 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만 현실이라고 우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현실감각을 잃게 된다. 현실감각을 유지하려면 타인의 행위 뒤의 동기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현상적 시각이 필요하다.내가 보고 싶은 상황만 보지 말고 나와 타인의 전체적 현실을 동시에 인식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문제다.
p.63
정혜신. <개마고원>
나는 스스로 어느정도 상식적이고 도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또 지독한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는 모순적인 인간이라는 건 솔직히 인정한다. 내 자신의 행동이나 판단에 대해서 비교적 공정하게 '차선변경'의 경우와 '끼어들기'의 경우를 인정한다는 뜻이다.물론 이런 말 조차 어이없는 오만이나 착각일 수 있다는 것까지. 모순인 줄 알면서 모순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스스로의 모순 뿐 아니고 다른 이의 모순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걔네들도 이런 생각을 하겠지?
그러고보면,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