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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소금눈물
2011. 11. 7. 22:08
04/17/2009 09:12 pm
어느날 시리어스 성인이 토성인을 데리고 지구를 찾아온다. 키가 50만 피트나 되는 시리어스 성인은 마침 바다를 지나고 있는 한 척의 배를 조그마한 벌레를 집어 올리듯 엄지손가락 손톱 위에 올려놓는다. 배에 태고 있던 사람들은 이 난데없는 '천재지변'에 놀라 허둥댄다. 그들 가운데 한 목사는 악마를 쫓는 주문을 외우고, 선원들은 저주를 퍼붓고, 철학자들은 갑작스런 중력의 변동을 설명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성인은 허리를 굽히고 인간에게 말한다.
"전지전능한 지고의 존재가 만들어낸 인간들이여! 지적 원자들이여! 이 지구에서 그대들이 누리고 있는 기쁨은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것이다. 물질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영혼 자체와 같은 그대들은 정신의 향략인 쾌락과 사고의 기쁨 속에서 생활할 것이다. 나는 다른 곳에서는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했으니 이곳에서는 참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 철학자가 대답했다.
"우리들 인간에게도 많은 악행을 하기에 충분한 물질들이 있습니다. ... 예를 들면 내가 말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모자를 쓴 10명의 인간들이 터번을 쓴 10만 명의 인간을 살육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죽이지 않으면 죽습니다. 이것은 아득한 옛날부터 끊이지 않고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자 성인은 화가 나서 외쳤다. "악당들이로군! 내가 한두 걸음 걸어가서 이 살인자들을 짓밟아버리겠다."
철학자가 다시 말했다.
"염려하실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부지런히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는 것뿐이니까. 십 년쯤 지나면 이 가련한 자들은 백분의 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을 처벌할 필요도 없습니다. 처벌받아야 할 자들은 궁전에 앉아 백만 명의 인간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엄숙하게 신에게 승리의 감사제를 올리고 있는 게으른 야만인들입니다."
(W.듀란트 <철학 이야기>에서 재인용)
p. 135-137
볼테르가 살았던 시대도 별 수 없었구나.
아니 그 이전 부터, 어쩌면 인류가 존재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지구상에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앞으로도 이럴지 모르지. 인류 자체가 그런 종족인지도.
천형균. <정보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