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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루만지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2

소금눈물 2011. 11. 7. 22:00

01/17/2009 11:14 pm

 

*손톱

손톱은
제 단단함으로 손가락 끝을 보호함으로써, 얄궂게도 그 밑살을 우리 몸의 가장 여린 부분으로 만들었다.

p.61


할퀴거나 긁어낼 때, 치장의 대상이 될 때, 손톱은 사랑과 미움과 노동의 기호다. 그러나 그것을 깨물 때, 손톱은 채우지 못한 욕구의 기호다. 사람은 불안할 때 제 손톱을 깨문다. 걱정거리가 생겨 안달하는 것을 뜻하는 '손톱 여물을 썬다'는 관용어도 그래서 나왔다. 서양 사람들도 조바심이 날 때 그런 행태를 보이는 모잉이다. 이를테면 영어에는, 욕구불만이나초조한 심리상태를 비유하는 네일바이팅nail-biting이라는 말이 있다. 그때, 손톱은좌절한 사랑의 기호일 수도있을 테다.

p.62

*잇바디

반쯤 베어먹힌 쥐의 몸통처럼
없는 머리가 자꾸 아프고
없는 얼굴로 흐느껴졌다.

(注 황인숙의 시 <혼선 바람 속의 침상>에서)

반쯤 베어먹힌 쥐의 몸통처럼
없는 머리가 자꾸 아프고
없는 얼굴로 흐느껴졌다.

버림받은 사랑의 모습!!!
오...!

p.68


-고종석. 마음산책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이란 부제를 올리지 않았다가 이 부제를 빼면 이 책은 안될 것 같아 다시 써 올린다.
그의 손가락이 짚어가는 우리말의 결들, 그 결들 사이의 은근하고 쫄깃하고 때로 선듯한 그 명징함의 무늬가 나는 너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