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들 맙시다
출근하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목발 짚은 모습을 보고 아저씨가 당신도 몇 달 전에 디스크로 한참 고생했다면서 위로를 한다. 걸어 다닐 때는 몰랐는데 택시를 타면서 처음 보는 이에게 위로를 해주고 걱정 말라고, 아직 젊으니 금방 나을 거라고 하나같이 위로를 해주는 기사아저씨들을 보면서 세상엔 참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이게 우리 보통사람들의 마음이구나 따뜻하고 고맙다.
그런데 오늘 아저씨는 그 정이 좀 과했다. 이런저런 얘길 해주시다가, 아 이건 내가 손님에게 특별히 알려주는 건데요 - 하고 하시는 말씀이, 대한민국 국민은 하루에 한번 119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119를 불러서 가시라고. 자기도 그랬다고.
-아저씨.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걱정해주시는 건 고마운데 저 택시 탈 돈은 있어요. 제가 다른데도 아니고 돈 벌러 나가는 길인데 이런 일로 119를 부른다면 이 시간에 정말로 급한 환자들이 119를 쓰지 못해서 큰일이 날 수가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 비상상황에 부르라고 있는 기관인데요. 저도 살면서 분명히 한두 번은 119를 부를 일이 생길 거예요. 그때 119 타게 되면 타는 거고 지금은 그냥 택시비 쓰고 다닐게요.
생각해서 알려주시는 말에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무안해할까 걱정은 되지만 직업상 저런 말을 인생 팁이라고 여러 사람한테 하고 다닐 게 더 걱정스럽다. 연세 들어도 심신이 건강한 분들도 많고 물론 그런 사람들이 직업을 건강하게 수행하는 것은 좋은 거라 생각하지만 본인 말씀이 나이 70이 되어서 건강검진 하다보니 치매항목에 여러 개가 걸리더라면서 걱정하는 말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