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할슈타트와 잘츠캄머구트, 장크트길겐
집을 떠나 몇 시간만에 숙소로 들어가는 건지.
잘츠부르크 깊은 산속에 위치해서인지 밤은 서늘했습니다.
철들면서 거의 평생을 따라다니는 불면증으로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도 일찍 깨었는데 살짝 열어 놓은 창밖으로 두런두런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부지런한 어르신들이 벌써 산책을 나왔나봐요.
오른쪽은 묵었던 호텔이고 왼쪽은 목재소였는데 구루부러진 곳이 하나 없이 미끈하게 뻗은 목재들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이런 목재들은 상품가치가 높겠지요.
좋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밀도가 조밀하지 않은 인구- 스쳐가는 시골집 하나도 우리 돈으로 백억을 넘은 일이 흔하다는데 삶이 풍요로우니 피터지게 열심히 경쟁을 할 일이 없고 삶의 질이 좋을 수 밖에 없겠구나 싶어 부럽습니다.
한국의 농장들과 다르게 유럽의 목축은 자연을 누립니다.
유기농이라고 이름붙일 필요도 없이 유기농이 될 수 밖에 없는 낙농업들, 풍부한 농산물- 물가는 엄청 비싸긴 하지만 이런 건 부러울 수밖에 없어요 정말.
오늘의 첫 여정은 잘츠캄머구트로 갑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관광지지요. 스쳐가는 언덕들, 산정상- 사운드오브뮤직의 무대라는 설명을 듣지 않고도 정말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76개 호수의 고장 잘츠캄머구트.
호수 사이로 흐르는 깨끗한 물과 호숫가의 아름다운 집들, 한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은 알프스의 산들.
발로 찍어도 화보가 되는 곳입니다.
할슈타트는 그 중에서도 잘츠캄머구트의 진주라고 불린다지요?
할슈타트의 이른 아침, 아직 관광객으로 붐비기 전, 케이블카가 열리기도 전에 일찍 도착해서 다행이었어요.
티켓을 사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한눈에 마을의 모습이 내려다보입니다.
알프스 준봉 정상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어요.
할슈타트 마을은 정말 예뻤는데 역시나 마을 앞 기념품가게서 팔던 마그넷 가격은 사악하기 그지없더군요.
동유럽 여정에서 제일 비쌌던 듯.
본격적으로 잘츠캄머구트 호수 여행을 합니다.
볼프강호수는 빙하가 녹아서 형성된 호수라네요.
너무나 깨끗하고 맑은 호수에서 유람선을 탔습니다.
스쳐가는 곳곳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절경인데 유럽의 유명인사들의 별장이 많다네요.
스쳐가는 곳곳이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 있어요.
결혼식을 위해 모인 신랑신부와 하객이 모두 빠져 죽어 그 자리에 그를 추모하는 기념석을 세웠습니다.
비취색 물비늘이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호수
청소년수련원이래요.
유람선은 장크트길겐에 닿았습니다.
장크트길겐의 모짜르트 하우스.
외갓집 동네래요.
크지않은 마을이었는데 집집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가격은 결코 싸지 않지만 오스트리아 전설의 장난꾸러기 요정 인형도 샀어요.
질이 별로다 싶었더니 마데인차이나더라능. ㅡ,.ㅡ
이 마을의 곳곳이 다 모짜르트의 그림자로 먹고사는구나 싶더군요.
물론 모짜르트 이름아니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마을이지만요.
바삭바삭한 포크커틀렛에 익숙해져서인지 흐물흐물한 슈니첼은 그저그랬어요.
술맛도 모르는 사람인지라 이 고장들 하우스맥주가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한 잔 마셔는 보는데 역시 술맛도 뭐..
점심을 일찍 먹고 나와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데
장크트길겐 성당이 바로 옆에 있어서 호기심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오스트리아의 분위기가 이렇구나 싶게 굉장히 아름다운 성당이었어요.
교회묘지와 연결되는데 여기엔 2차대전으로 죽은 병사들의 묘지가 많답니다.
전범국이었던 탓에 대놓고 장엄하게 꾸미지는 못하지만 묘지마다 생화가 생생하게 아름답고 잘 관리되고 있었어요.
집집마다 창문에는 제라늄과 장미들이 한창이고
오스트리아의 맑고 푸른 호수와 맞닿은 아름다운 산들과 하늘.
이제 슬로베니아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