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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소금눈물
2011. 11. 7. 21:43
즉각적이고 공감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시각 매체가 인간의 지적, 정서적 활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대중매체 시대에, 구시대를 표상하는 인쇄 매체인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거의 모든 사람이 이 같은 질문을 한 번쯤은 던져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변화한 환경 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빠르게 지나가는 삶의 흐름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고 정신적 안정을 주는 고정된 발판을 찾으려는 내면적 욕구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마치 특정한 냄새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된 중년 남자처럼, 파편화된 세계에 살고 있는 개인은 책을 통해 이전의 온전했던 삶, 행복했던 지난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상의 흐름과 약간 어긋난 그 행위는 필연적으로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책을 읽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려는 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통해 얻게 된 고독의 순간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고독하게 책을 읽는 사람을 빨아들일 정도로 강한 궤적으로 남기면서 삶은 독자의 주위를 지나가고, 책으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성벽은 삶의 흡인력을 막아낼 정도로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잊고 싶어서도 책을 읽고 세상을 알고 싶어서도 책을 읽는다.
하지만 지은이의 뒷말은 번잡한 지금 세상에서는 옳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책으로 얻은 쓸쓸하고 달콤한 위안은 요즘같은 시대에는 정말로 찰나로 느껴질만큼 짧다.
하기야... 그래서 그 짧은 순간의 열락을 위해 책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슈테판 볼만지음. 조이한, 김정근 옮김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