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타이완 먹방여행 2- 반차오 딘타이펑
오래 기다렸습니다 여러분!
드디어 그 망할넘의 뽀샵 어플을 때려치웠습니다!!
사진이 구리거나 말거나 그냥 원본 막사진으로 뎀비기로 했습니다.
- 사진 못 찍는다고 발걸어도 소용읎어! 어쩔겨!!
일행들이 잠시 오수에 빠진 사이에 잉거에서 사온 잡동사니들을 가방에 넣고 정리하고 (사탕봉지 하나 사와서 전체 짐을 다시 싸고 정리하고, 젤리 한 봉지 사와서 또 다시 열어 정리하고, 잔 하나 사와서 가방 다시 풀어 정리하고-의 무한루프;;)
어느새 벌써 저녁이 되었네요.
해가 기웃기웃 저물면서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그곳에 가기로 합니다.
어제 도착하면서 무지하게 뱅뱅 돌면서 헤멘 곳.ㅜㅜ
- 이 산이 아닌게벼!!!
- 아까 왔던 곳이야!
- 아니 저 경비아저씨가 이 뒤라고 했어.
- 내가 물어봤을 때는 모른다고 했는데? 분명히 저 아저씨였다고.
그 메가씨리!
-훗 나 만수르에겐 이깟 페라가모, 이깟 구찌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어 안 사는 거야. 진정한 부자에겐 돈 보다 시간이 더 중요한 거니까.
1층 명품 잡화코너들을 무시하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오호. 팀호완이 바로 옆이군요.
네가 있어 나도 정말 좋단다.
아마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할 비글.(내가 아는 비글들은 왜 죄다 스누피만큼 귀엽지가 않은 걸까)
여러분 드디어ㅡ 내가 왔습니다!!
딘타이펑에!!! 우화호하화!!!
나도 모르게 입 사이즈가 2.5배로 늘어나는 순간!,- 대기 번호는 결코 즐겁지가 않습니다.
반차오 딘타이펑 웨이팅이 없다고 누가 말했나요 ㅠㅠ
저녁 7시. 어마무지한 인파. ㅠㅠ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겨우 다가가 번호를 받았는데 한 시간! 어제 키키도 한 시간, 오늘 딘타이펑도 한 시간!!
비교적 한산하다는 소문에 함정이 있었어요. '비교적', 은 '상대적' 이란 말이었군요 ㅠㅠ
뭐 저녁 딱히 다른 계획도 없는지라, 일단 번호를 받고 한 시간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오머나 고디바도 있네, 오 케익도 맛있겠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도 하고, 에스컬레이터 앞 안마집에 가서 가격도 물어보고 (가격은 다른 곳과 같았으나 어쩐지 분위기가 어두워서 안 갔어요.), 딘타이펑 바로 앞에 자리잡은 정관장도 구경하고 - 이동욱씨 안녕! 딘타이펑 바로 앞자리라니, 월세가 굉장히 비싸겠군요. 남의 재산 걱정도 해주고.
그러다 드디어 짜좐!!!
겁나 예쁜 언니들이 자리를 안내해줍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본고장 딘타이펑의 샤오룽바오란 말이냐!!
사진으로만 보고 애걔, 설마 저 한 통에 저게 전부야? 저것들을 몇 개나 먹어야 배가 차는 거야? 했는데 실제 보니 작긴 작아요.
맛도 허무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 무엇을 의심하였느뇨, 믿음이 약한 자여.
만두피를 젓가락을 살짝 찢어 뜨거운 국물을 입에 넣는 순간! 울려퍼지는 -
https://www.youtube.com/watch?v=cmuPJvr89Jw
한 시간의 기다림, 아니 두 달 전 송산공항 뱅기표를 득했을 때의 기쁨, 아니아니 지난 모든 타이완 여행에서 여기를 와 보지 못했던 아쉬움과 기대들을 모두 합친- 어린 천사들의 합창이 입 안에서 흘러나옵니다.
요것도 느무느무 맛있었어요 ㅠㅠ
볶음밥은 두 종류를 시켰습니다.
새우볶음밥과 돼지고기를 넣은 새우볶음밥.
의견은 정확히 둘로 갈리네요 어떤 게 더 맛있는지. 여러분도 드셔보시고 평점하세요.
딘타이펑의 볶음밥은 이제까지 먹은 우리동네 점심시간의 그 수 많은 북경반점, 만리장성 볶음밥들관 달라요.
흥건한 기름기가 없이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요.
앞으로 북경반점 볶음밥을 어떻게 먹을까요. 딘타이펑의 볶음밥이 기준이 되어버렸으니 ㅠㅠ
요렇게 나오는 애를
젓가락으로 만두사이를 쿡 찍으면 바삭- 부서지는데, 저 만두 안에 꽉 찬 새우와 고기의 소.
탕수육 주면 따라오던 그 만두들과 비교하면 얘가 촛불들고 달려나오겠지요.
기름기에 전 그 만두가 아니라,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소와 부드러운 만두피.
여러분 이거 꼭 드세요. ㅠㅠ 비칠 만큼 얇은 만두피아래로 통새우살이 보이네요.
마이쪙!!!
그리고 요거.
오이선 느낌이랄까. 살짝 익힌 오이가 물컹하지도 않고 사각 씹히면서도 그 특유의 오이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신선하고 상큼하게 씹힙니다.
만두육즙과 볶음밥을 먹으면서 생각나는 겉절이 김치를 바로 이 오이가 대신해주네요. 이 메뉴에 딱 좋았어요.
네 명이 오이를 거듭시켜서 세 개를 먹었습니다.
만두가 작다고, 이걸로 요기나 되냐고 궁시렁거렸는데 진짜로 배가 너무너무 불렀어요.
시간에 쫓겨서, 아니면 다른 곳이 있다고 딘타이펑에 안 왔다면 나중에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저에겐 진짜 딘타이펑은 완전완전 좋았습니다.
딘타이펑의 점수를 주자면 5점 만점에 별 넷-
왜 백점이 아니냐구요?
대기줄만큼 손님이 많이 기다리다보니 직원들이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음식을 즐기며 행복을 나눌 만큼의 시간을 주지 못하는 듯 하였어요.
샤오룽바오 마지막을 막 집기도 전에 그릇을 가져가려고 후다닥 쟁반에 올리고, 볶음밥을 다 먹기도 전에 역시 달려와 옆에 서 있고,-
다 먹었니? 아니 아직도야? 밖에 줄 보이지? 여기 계산서 있다!
뭔가 빨리 먹고 일어서지 않으면 눈치가 보일 듯한.
모르겠어요 우리가 외국인이라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건지. 옆 테이블 가족들은 아이들과 정겹게 시간을 보내고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보통의 식당 저녁나들이처럼 여유있게 보이던데.
거기서 감점.
또 하나 역시 가격이 싼 건 아니라는 것도.
하지만 그 가격을 기꺼이 감수할만한 맛이긴 하죠.
암튼, 그래도 퍽 만족한, 아주 만족한 맛이었어요.
먹방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며서 베스트 식사 중 두 번째가 여기였다능.
식당 앞에는 딘타이펑 굿즈들을 팔고 있군요.
가격이 사악합니다.
본연의 굿즈들을 뱃살에 장착한지라 머그는 사양합니다.
배도 부르겠다.
세상 부러울 것 없이 걷는 반차오의 밤거리.
해가 지니 덥지도 않고 견딜만 합니다. 지금 이 시간 한국의 여름밤은......으으;;;;;;;;; 생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케 더워요 올여름 ㅠㅠ
밤이 되니 시정부 건물도 더 아름답게 보이는군요.
난야야시장을 물어보니 십 오분, 이십 분을 걸어가면 된대요.
택시로?
-무슨!! 걸어가. 그냥 쭉 가면 돼!
말을 잘 듣는 우리.
목 아래까지 부어오른 배도 좀 가라앉힐 겸, 걸어가기로 합니다.
어이, 거기 셀카찍느라 정신없는 인간들! 제발 좀 제대로 따라와!!
왓슨에서 화장품들도 사고 코스메에 들러서 또 뭣도 사고- 시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방들이 무거워집니다.
난야야시장에선 사진이 요거 뿐입니다.
시장골목길은 복잡했고 스린야시장과는 다르네요.
스린보다 규모도 작고 물건의 종류들도 달라요. 외국인 관광객, 특히나 한국인 관광객들이 휩쓸고 다니면서 관광상품들로 주를 이루는 스린야와 달리 밤나들이를 나온 반차오 시민들의 삶이 그대로 보입니다.
여기에서 산 건 수박주스와 구운 옥수수, 손전화 줄감개와 케이블보호 캡 뿐이었습니다.
수박주스는 수박주스 맛이었고 옥수수는 옥수수 맛이었어요.
줄감개는 스린야시장이 종류도 훨씬 많고 가격도 좋습니다. 여긴 한 군데서밖에 못 보았어요.
그러다 시장에서 길을 잃은 우리 ㅜㅜ 임가화원을 묻는데 네 명중의 세 명이 모른다네요. 헐.
여기 사람들이 아닌가?
중딩들로 보이는 꼬마들에게, 임가화원 아니? 물었더니,
- 린지야화웬? 부즈따오!!
몰라!! 호기롭게 외쳐놓고 즤들끼리 까르르 웃는 걸 보니 허탈해서 같이 웃어버렸습니다.
그래 그런 호기가 하늘을 찌를 나이지. 역시나 세계불문하고 초중딩들이 젤 막강하다는 걸 실감했네요.
임가화원을 왜 찾냐면, 임가화원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나오면 까르푸가 있고 거길 지나쳐 계속 나오면 푸중역이 있거든요. 까르푸서 오늘의 만수르놀이를 하는 걸로 오늘 스케쥴이 마감됩니다.
- 바로 보이는 저곳임. 님들 계속 직진!
얼굴에 나 착함! 써붙인 총각의 손가락대로 바로 가다 결국 찾았습니다.
밤길인데다 그동안 다니던 동선대로가 아닌 곳에서 임가화원을 보니 또 방향감각이 무너졌습니다.
밤산책을 나온 듯한 부인들이 어 바로 저곳이 까르푸야! 알려주신대로 바로 또 까르푸를 찾고.
오날날을 위해 우린 접히는 장바구니를 갖고 왔지!!
한국으로 가져갈 친구선물들을 카트에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서울 명동을 휩쓰는 그 유커들의 복사판으로, 주우욱 늘어진 영수증을 조금 부끄러워하면서 젤리상자를 다 뜯어 버리고 알맹이들을 따로 챙겨서 장바구니에 들이붓고 어깨가 휘청;
걷기에는 양손이 무겁고, 택시는 잡히지 않고- 걷던대로 나와 푸중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합니다. 열시 반이 넘어가고 있네요.
우아아 피곤피곤! 어느새 여행 둘째 날이 끝났습니다. 내일 하루를 보내고 나면 벌써 귀국... 가기 시러영 ㅠㅠㅠ
그런데 잠깐. 우리 뭐 잊은 거 없나?
아직도 망고빙수를 못 먹었어!
발맛사지도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