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2017년 6.10항쟁 기념식- 대전

소금눈물 2017. 6. 12. 09:07

 

 

오래 연락이 끊어졌던 곰탱이와 연락이 되었다.

멀리 가 있는 줄 알았더니 이 인간 그냥 대전에 있었어!!

 

올만에 만나 회포를 풀자고 약속을 잡은 게 마침 6.10항쟁 30주년 기념식.

 

만나자마자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인사를 하기가 바쁘게 지난 겨울 각자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가열차게 버텨왔는지 자랑인증들이다 ^^

 

역시나 내 친구들은 내 친구.

내가 어영부영 다닐 동안 이 인간은 서울까지 버스 대절해가면서 뛰었단다 ㅎㅎ

지금 다니는 직장 너무 좋다고 다들 한마음이라고 자랑질을 ㅎㅎ

 

어 우리 문슬람, 그냥 문빠야, 야 여당하니까 너무 좋지 않냐 그냥 쭉 우리끼리 장기집권하자

막 신나서 ㅎㅎㅎ

 

이른 저녁도 든든히 먹고 드디어 서대전광장으로 진출.

광장에서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음악소리가 나는 곳으로-

 

 

 

야외음악당에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앞자리는 내빈석, 많이 비었네.

 

 

 

 

 

광우병때나, 국정교과서 집회때 광장에서 함께 서서 자주 만났던 이가 스타국회의원이 되어서 등장하는 걸 보는 즐거움이란 ㅎㅎ

 

 

좋은 일 많이 해주세요!!

 

악수하면서 "응원해요 의원님!" 하니까 환하게 웃으신다.

 

 

 

기념식이 끝나고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문화제 순서들이 모두 맘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이 춤 무대.

 

6.10항쟁때 이애주선생의 춤과 노무현대통령 노제때의 국립무용단 춤 이후로 춤을 보며 눈물을 흘리게 되다니.

 

선선한 여름저녁, 야외무대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감동으로...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FCD무용단이라는데 문외한이라 처음 들었다. 그런데도 너무너무 감동적이었다.

 

홈피라도 있으면 찾아가 인사를 하고 싶다.

 

무대배경으로 문익환목사님의 열사를 목메어 외치는 육성영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엄혹한 세월이었다.

삼십년이 흘러, 아무 것도 모르던 대학 새내기는 중년이 되어 함께 늙어가지 못하는 꽃이 된 청춘들을 생각하며 운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우리 이전의 선배들의 희생이었고 그 이후를 지켜왔던 후배들의 노고였다.

얼치기 문청이면서 그저 이유모를 불안으로만 살았던 나는 박정만의 시를 통하여 비로소 시대를 알았다.

박정만과 기형도의 시를 읽으며 광주를 따라가며 뒤늦게 배웠다.

 

그 부채감, 선배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때 그 시간에 주어지는 몫만큼 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럭저럭 열심히 살았다.

여전히 아무 것도 아닌 채지만.

조금 덜 미안해할 수 있게 늘 스스로를 채근하며.

 

 

 

무용이 끝나고 87년의 청년이 2017년의 청년에게 하는 이야기.

엄청 웃으면서, 그리고 갈피갈피 고개를 끄덕이며 봤다.

 

주인공 강철이 아버지와 갈등하며 치열하게 살다 이제 촛불의 아버지가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

 

'강철아 이눔아 너는 언제 단련되는 겨'

'철학에세이, 이게 뭐여'

 

객석에서 웃음보가 터진다.

아 저게 언젯적 책들이냐 ㅎㅎㅎ

 

'꽃병만들기'

 

우와!! ㅎㅎㅎ

 

지금은 웃으며 추억으로 되새겨보는 그 뜨거웠던 87년의 이야기.

 

타악기 연주와 노래들, 그리고 시민합창단의 노래를 끝으로 문화제는 막을 내렸다.

 

 

 

이제 길놀이다.

그 팔십년대,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시민대학이 되어 있지만 우리의 기억속에서는 영원히 '충남도청'인 그곳으로 횃불을 앞세워 그날을 재현하며 행진한다.

 

 

 

안전하게 길안내를 해주는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하는 행진이라니.

정권이 바뀐 것을 실감한다.

 

 

훌라송을 부르며 행진하는 기분이라니. ^^

 

 

 

 

 

 

오랫만에 모인 각 대학 동문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초로의 노교수에게 달려와 선생님!! 부르며 덥석 손을 잡는, 이제 중년이 된 제자들과의 해후도 보기에도 참 아름답다.

 

 

87년 당시를 추억하며 그때 외치던 구호를 외치며 드디어 끝났다.

 

지금까지의 기념식은 늘 무언가 가슴에 얹히던 답답함이 남았는데 올해 치르는 모든 기념식들은 이렇게 즐겁고 기쁘고 반갑다.

좋은 세상이 드디어 왔다.

오늘을 만들기 위해 스러졌던 그날의 모든 분들, 그리고 함께 견디며 걸어와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 깊이 허리숙여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