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규장각

아름다운 여인들

소금눈물 2011. 11. 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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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한 별궁.
오늘은 마마께서 오랜만에 물감접시들을 늘어놓고 분주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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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서에 있을 때는 늘 하던 일이건만, 오늘은 더 조심스럽고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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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님
중전마마 납시셨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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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마마께서 어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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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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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상궁이 물러났다 하기에 무얼 하며 소일을 하는고 궁금해서 들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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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있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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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마마의 생신 진연에 맞추어 수를 놓을 실을 염색하고있었사옵니다.

색실이라면 숫방에 일러 들이면 될 것을 어찌 직접 하고 있는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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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마음을 담고 싶어 그런 것이오니 괘념치 마십시오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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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마마께서 아직 문후조차 받지 않고 계신다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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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밝던 송연의 얼굴에 엷은 그늘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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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그같은 일을 내게 말하지 않았는가
어려운 일이 있거든 나를 찾으라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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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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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네
자네 성품이 어떤지를 알면서도 찾아와 말을 해 줄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모두 내 불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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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치 않으시옵니다 마마
어찌 그런 망극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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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소첩의 부덕에서 빚어진 일이오니
마땅히 소첩이 풀어야할 일이라 생각하여 그런 것입니다.
허니 마마께선 마음 쓰지 마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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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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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옵고..
부디 전하께도 이 일을 전하지 말아주십시오 마마
궐 안팤이 소란스러울 때 공연히 소첩의 일로 전하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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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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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첩의 일은 괘념치 마시옵소서 마마...
소첩이 성심을 다한다면 언젠가 어마마마께서도 마음이 누그러지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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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날이 언제가 될 것이야.
그 분 성품이야 누구보다 내가 잘 알거늘.
사가의 시집살이라도 고초당초보다 맵다하는데, 모진 세월을 전하 한 분만 보고 살아오신 그 분의 진노가 언제 풀릴지 자네가 그 고초를 어찌 다 감당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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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마마
이만한 고초가 없으리라 생각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더우기 중전마마께서 이리 친동기처럼 살펴주시고 아껴주시니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중전마마께 받은 은혜를 어찌 다 이루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마마께서 아니 계셨더라면 전하께서 아무리 이끄신다 하여도 덥석 들어올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여기 제가 있음이 곧 마마의 은혜시니  어찌 다 갚을런지요.
걱정마시어요.
저는 아무 걱정 없이 그저 마마의 은혜로 무탈히 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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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중전마마는 아실 것도 같습니다.
돌아보면 온통 모란꽃처럼 화사한 궐의 수많은 여인들을 두고, 왜 저 박꽃처럼 작고 곱기만한 아이를 전하께서 그리 긴 세월을 마음에 두고 애달파하셨는지.

모정(慕情)만 바라고 궐에 들어와, 아는 사람 하나도 없이 지엄한 법도에 버겁고 혜경궁 마마의 냉대와 상궁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저리 꿋꿋하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아이였군요.
연약해보이지만 참으로 강단있고 반듯한 심성이 아닙니까.
전하를 바라보며 견디는 그 마음이 애처롭고, 그래도 그 심성이 저리 고우니 어마마마의 얼어붙은 마음이 오래야 가시겠냐고 위로를 해봅니다.

어쩌면 송연이는 당신보다 더 큰 사람일지 모른다고, 그래서 전하께서 그리 지극하셨던가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어쩐지 조금 쓸쓸하면서도 그런 사랑을 받고 있는 송연이 마마는  부러웠습니다.

임금의 정궁이시니 천하에 이보다 더 높고 지극한 지위가 없겠지만, 지아비의 애틋한 고임을 받는 여인앞에서 부러움을 내색할 수도 없이 마마는 조금씩 쓸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