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가을 청남대 -3
여러분은 이제부터 고화질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 추억의 칼라티비 화면을 보고 있습니다.
감개무량하시지요 +_+;;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께서 오리를 모아 먹이를 주셨다는 곳이네요.
저 언덕에 철푸덕 엉덩이를 깔고 앉아 책을 보........려면 쯔쯔가무시병을 먼저 생각해야하지요.
안됍니다요!
왼쪽엔 이렇게 예쁜 윈도우 언덕
오른쪽으로는 늦가을 갈대호수
"우왕 엽서다 엽서!"
니예... 웹에 올려서 화질을 확인하기 전에는 그랬습니다 ㅠㅠ
예쁜 치마폭 같은 가을 들판.
빗물이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길 저 끝으로 한참 가면 <노무현 대통령길>이 나온답니다.
밤이 아닙니다.
안 믿겨지겠지만 그래도 믿어주세요! 태어나서 거짓말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다보니 날씨도 좀 춥네요.
오날날을 대비해서 잔뜩 쟁여놓은 중부지방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ㅠㅠ
단단히 입고 가세요.
<대통령광장>에는 역대 대통령 동상이 있습니다.
가장 인기있는 두 동상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존경하는 두 분 앞에서 번갈아 사진을 찍으며 호들갑을 떱니다.
수다를 떨며 산책로를 걷다가 만난 길
다른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산책로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오르기 편하게 계단으로 정비가 되어 있는 것에 비해서... 우리 마음이 많이 슬퍼졌습니다.
보기엔 평지같아 보이지만 몹시 경사가 급한 길입니다.
길이라고 하기도 뭐하게, 진흙탕 맨 흙길인데다 손으로 잡기에도 불안하기 그지없는 안전줄.
<노무현대통령길>이라는 안내판이 없었다면 길이라고 믿기도 힘든 가파른 언덕이었어요.
제대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한숨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불끈 열이 받습니다.
올라가지 뭐!
내린 비에 낙엽까지 덮여서 엎어지다시피 겨우겨우 올라간 길위에는
그래요 그래요 이해해요.
일부러 작정하고 이런 길을 택했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위험한 길이라면 이런 안내판은 길 아래쪽에 설치해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쩌면 그 분의 일생처럼, 길까지도 이러나 싶어 울컥해집니다.
다들 말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게 있다고 서로를 위로합니다.
험하다보니 사람들도 없어요.
우리를 따라 힘겹게 오르는 젊은 가족들과 함께 오롯이 이 아름다운 산책길을 누리고 있습니다.
낙엽 아래 뒹구는 알밤과 상수리, 도토리, 잣송이까지.
이 산에 사는 다람쥐들은 넉넉한 겨울을 보낼 것 같아요.
기분이 꾸질꾸질하거나 말거나 그래도 숲은 참 고즈넉하고 좋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단풍잎이 우르르 노란 꽃비를 흩날립니다.
시몬 나뭇잎이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소녀가 되어 푹푹 빠지는 은행잎을 밟으며 소리내어 시를 읊습니다.
빗방울이 간간 지나가는 가을숲
화질이 구리거나 말거나, 우리는 신이 났습니다.
어느새 길지 않는 산책길이 다 끝났습니다.
청남대 정문 앞의 모과나무를 만나면 산책은 다 끝난 것입니다.
꽃밭산책 같았던 청남대 여행은 다 끝이 났습니다.
꼼꼼하게 다 돌아보지도 못하고 주만간산으로 돌아보아서 저는 섭섭한데.. 보시는 분들은 엄청시리 지루하셨지요? ^^;
한나절 나들이를 참 오래도 우려먹네요. ㅜㅜ
별 거 아닌 나들이로 이렇게 주구장창 울궈먹는 징글징글함으로 남은 세월을 잘 버텨볼 생각입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잊지 않고 곱씹어 새기며 날마다 돌아보고
그리워할 것은 마음에 담고 오래오래 생각할 것입니다.
아하하. 1980년대 티비문학관을 보는 기분이군요 -_-;
안녕 청남대.
머지않아 다시 오고 싶은 예쁜 언덕과 숲들. 우리 대통령님의 흔적들.
다시 올게요.
요만큼만 자랑할게요.
이 가을숲을 빠져나와 이승환 콘서트를 보러갔다는 건 자랑 안 하렵니다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