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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지식 중국고전 -2

소금눈물 2014. 10.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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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으로 백성의 언로를 막을 수 없다.

 

 양공(襄公) 31년(BC 542)의 일이다.

 정나라 사람들은 마을의 향교에 모여 정치를 논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연명(然明)이라는 관리가 상경(上卿) 자산(子産)에게, 이런 풍습을 없애려면 향교를 폐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자산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백성들은 아침저녁으로 일을 끝내고 향교에 모여 우리의 정치를 비판하고 잇다. 나는 그들의 의견을 참고로 하여 평판이 좋은 정책은 거리낌없이 실행하고, 평판이 나쁜 정책은 고치려 애쓰고 있다. 그들은 나의 스승이나 같다. 향교는 절대로 폐지해서는 안 된다. '성실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사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탄압으로는 사람들의 원망을 잠재울 수 없는 법. 물론, 힘으로 누루면 그들의 입을 억지로 막을 수는 있을 것이나 그것은 강의 흐름을 억지로 막는 것과 같다. 제방이 터져 물이 한꺼번에 흐르면 홍수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다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지 않겠느냐. 그보다는 조금씩 물을 흘려보내 수로로 이끄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백성의 언로도 이와 같아서 가로막기보다는 들을 건 들어서 나의 약으로 삼는 게 옳다."

 연명은 그 말에 감동해 이렇게 답했다.

 "이제야 소인은 누구를 믿고 섬겨야 할지 알았습니다. 눈이 탁 틔는 것 같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정치를 행한다면, 모든 정나라 사람들은 님을 믿고 따를 것입니다."

 

 뒷날 공자는 자산의 말을 전해 듣고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상, 어느 누가 자산을 어질지 못한 사람이라 욕하더라도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p.47-48

 

<이다미디어펴냄>

 

 

-- 이 밀물을 언제까지 틀어막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