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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2

소금눈물 2013. 6. 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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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정치란 도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훌륭한 지배자는 나쁜 인간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사고에서 마키아벨리가 가져온 혁명은, 국가는 평화와 안전 그리고 번영을 보증하기 위하여 강력한 지배자를 요구한다는 잠언에 기초한다. 이 사상은 마키아벨리가 피렌체 공화국의 정부에서 일하는 정치가로서 당대 이탈리아의 가장 막강한 인사들을 만난 시기에 형성된 것이다. 그는 통치 행위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했다.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는 시기에 마키아벨리는 정치권력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될수 있는지 자문했다. 그리고 그가 찾은 답은 모든 정치 행위는 권력의 획득과 유지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정당했다.

 

군주가 배워야만 하는 첫 번째 교훈은 상황이 요구한다면 선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비관적인 평가에 따르면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부도덕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동시대인들이 보기에 놀랄 만한 점을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적고 있다.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은 군주는, 새로이 권력에 오른 자는,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그는 자주 - 자신의 지배를 주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충실함과 자애로움, 인간성, 종교 등에 반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권자의 전통적인 핵심 덕목들인 현명함, 공정함, 용기, 절재 등을 대신해서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군주에게 요구한 덕목은 실용주의, 계산 그리고 현실감각이었다. 또 군주는 자신의 명성을 위하여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모두에게 공정하게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군주가 잃지 말아야 할 유일한 명성은 권력을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명성인 것이다. 군주는 또한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기를 원해서도 안 된다. 그것을 원한다면- 케사레 보르지아처럼 - 자신이 신하들의 증오의 대상이 되게 내버려두는 일을 막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주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위장 기술이다. 이 점에서 마키아벨리는 용납할 수 있는 경계를 넘어서고 만다. 군주는 파렴치한 행동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최대한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군주는 악하다거나 부도덕한 인물로 비방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군주가 훌륭한 덕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바랄 만한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덕성을 갖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말은 악의 나락이다 다름없다. 군주가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배워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부도덕성을 온화하고 친절하며 품위 있는 가면으로 감추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군주론>의 유명한 18장에서 마키아벨리는 지배자를 묘사하기를, 계략을 사용하는 점에서는 여유에 비유하고 강력함을 나타내는 점에서는 사자에 비유한다. 군주는 항상 자신의 모든 행동을 위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는 꾸며대기도 하고 거짓말하며, 속이고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특별히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들은 정치가한테서 다른 특성들을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가 실용적으로 행동하는 정치인이라는 마키아벨리의 생각을 냉소주의로부터 분리시키고, 공공의 잔인함이 일상생활의 일부였던 당시 르네상스 사회의 맥락을 제거한다면 매우 근대적인 몇 가지 생각들을 찾을 수 있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지배자란 자신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행동해야 한다는 점도 그러하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특정한 결정을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전혀 그렇게 결정하지 않거나 다르게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지로서 그리고 친구로서는 다르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라면 자신의 결정이 개인적인 애정이나 거부감과는 상관이 없어야 한다. <군주론>은 정치라는 분야에서 정치적인 결정을 내려야 함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시도다. 그때 중요한 것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p.127-129

 

 

흠... 군주론을 읽어야겠군.

놀랍고도 소름끼치는 통찰이다.

훌륭한 덕성을 갖춘 지도자가 되지 말고 훌륭한 덕성을 갖춘 지도자처럼 보여라...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지음, 조우호 옮김 <들녘>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