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무덤 파는 이의 죽음 - 카를로스 슈바베
소금눈물
2013. 5. 3. 20:40
어제까지는 남의 무덤을 파서 그 시체를 묻어왔지만 오늘 내가 판 무덤에 누울 자는 바로 나.
그래도, 별로 후회없이 잘 살았어.
열심히 살아서, 그럭저럭 적당히 즐겁고 적당히 누리고 적당히 배도 고프고 적당히 외로워도 하면서
그렇게 괜찮게 살아서 다행이야.
죽음의 여신이 새삼 두렵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지금까지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해 왔고 이제 그녀가 할 일이 내게 닥쳤다는 것 뿐.
오랜 노동도 이젠 쉴 때가 되었으니 그건 좋은 것이다.
그녀 손 안의 내 영혼의 불빛. 이제 꺼져도 좋아.
잘 있으렴.
이미 늙어 쇠약해진 관절과 탄력을 잃은지 오래인 몸뚱이에 무슨 미련이 있을까.
의지를 벗어나는 욕망도 오래전에 나의 것이 아니었으니.
이만 끝!
거두어 주시게 그대 친절한 죽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