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눈물 2012. 10. 10. 10:46

- 이상하게 그래. 이번 소설은 굉장히 힘들어하는다는 걸 느껴.

  쓰다가 막히고 걸음이 때로 느려지기도 하지만 이번 건 너무 힘이 들어한다는 게 느껴지더라. 뭔가 자네 맘에 걸려서, 정작 할 말 을  이제 풀어야 하는데 진짜 중요한 장에 들어섰는데, 네 인생의 무엇을 다 털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서 걸려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이 소설은 중간에 두 가지 큰 액자 속에서 작은 두 개의 이야기, 그게 사실은 결정적인 주제 같은데 그게 어울려 풀어지지 않고 따로 놀아. 정작 할 말인데 서로 물려 풀리지 않고 턱턱 걸려서 튀어.

 

- 저도 그게 힘들어요. 정밀 하고 싶은 말인데, 꼭 해야 할 말인데 그게 왜 안 될까요?

 

- 소설을 쓸 때 얼개가 튼튼하다면 그 이야기의 힘으로 표현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잘 읽혀나갈거야. 반대로 표현력이 뛰어나다면 반짝이는 그 표현력의 힘으로 다서 구성이 부족하더라도 그 빈자리를 덮어주기도 하고.

 

 그런데 자네의 소설은 얼개가 튼튼하지도 않고 표현력이 좋은 편도 아니야.

 

- 이 소설도 그렇지만 시도 그래요. 이 '안경'만 해도 '보이는 것과 보이고 싶은 것은 다르다'는 말은 시어도 아니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요.

 

- 진부하다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야. 어차피 세상에서 진부하지 않은 생각이 어디 있겠나. 문제는 언제나 시나 소설에서 결정적인 그 무엇, 그 하나가 없다는 거야.

 

- 저는 제 문제를 알아요 선생님. 저는 언제부터인지 소설을 안 읽어요. 시두요. 남의 글을 읽지 않으니 제 글도 못 쓸 밖에요.

  요 몇 년 거의 인문학책만 읽어요. 그러다보니 글이 사념적이고 소설이나 시의 말이 아니게 되요. 왜 이렇게 남의 소설 읽기가 힘이 들까요?

 

- 자신의 생각, 자신의말을 할 능력이 없는 거지.

 

- 소설을 쓰기 전에 머리 속에 떠도는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데 그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놓는 건 힘이 들어요.

 

- 힘이 들지 당연히. 상상과 창작은 엄연히 다른 건데.

 

-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예요.

 

 

 

어젯밤 꿈이다.

꿈에서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청소년 성장소설이 어느새 추리 공포물이 되어버렸다 -_-;

꿈 속에서 어떤 '선생님'과 내 원고에 대해서 주고받은 대화이다.

저러다 깼는데 혹시라도 꿈에서 주고받은 말을 잊을까 봐 머리맡에 있는 종이에 대화 내용을 휘갈겨적었다.

 

그런데 정신이 들고 나서 읽어보니 역시 별 내용은 아니다. ^^;

내가 책을, 특히나 창작물을 안 읽고 있다는 거, 놀고 있다는 거, 나는 그다지 재능도 성실함도 없는 인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일 뿐.

 

그런데 꿈도 참 피곤하게도 꾸는구나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