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펼쳐진 일기장

아무 생각도 없이 산다.

소금눈물 2012. 5. 24. 19:49

아직도... 탈상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지만

내내 사사세에 틀어박혀서 하루종일 휘청휘청 돌아다니고 있다.

 

어제는 퇴근해서 혼자 캔맥주를 하나 뜯으며, 그동안 절대 안(못...)가던 추모게시판에 갔다.

그 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5월 23일, 그 저녁이고 그 밤이고 그 다음날 새벽이다.

경황없는 사람들이 몰려와 울고 저주하고 제단을 준비하고 영정을 들고 나오고 엎드려 통곡하다 쓰러지고...

 

전화를 했다.

고맙다고.

그날 저녁, 나와 함께 가 주어서 고맙다고. 추모기간 내내 그 먼 거리를 함께 다녀주고, 죽을 것 같은 그 시간들을 같이 울어주고 의지가 되어주어 정말 고맙다고.

당신같은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내가 얼마나 큰 복을 받은 사람인지 안다고. 사랑한다고도 했다.

술먹고 주절주절 늘어놓는 주정을 다 받아준다. .. 이젠 일어서자고,  그만 울자고 다독이면서.

 

오늘부턴 맘 먹고 깨끗히 털고 일어나 그동안 통 손을 못댄 원고도 들여다보려고 했다.

일거리도 많이 밀려있다. 그동안 아무 일도 못한 셈이었으니.

 

그런데도... 오늘 또 사사세에 가 있다.

지난 글을 하염없이 들여다보고 울고 ...

 

괴롭고 아픈 것은 마찬가지지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애써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 더 큰 세상으로, 더 큰 힘을 만들러 가는데

나는 여전히 엎드려 운다. 천치같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내 아이들이 가엾다.

여영이도 헌이도 수현이도 운정이도.

다들 잊혀져버렸다.

 

점심시간, 드문드문 임철규의 평론집을 읽고 있다.

 

 

나는 참...모자란 인간이다.